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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가 대외 불확실성에 휘둘리며 770선으로 급락, 넉달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미국의 AMD, 애플 등 IT기업의 2/4분기 실적 악화 전망이 제기되며 나스닥선물이 급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관련업체들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불공정 행위 조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매도가 급증했다.
최근 조정과정에서 매도가 크지 않았던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1,500억원을 순매도하며 한달만에 최대 순매도했고 선물시장에서도 급매도하면서 수급악화를 불러왔다.
증권, 은행 등 기관은 주가가 급락하자 매도에 나서 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했으며 개인이 2,100억원 이상 순매수했으나 호가에 밀리면서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1,500개에 종목이 하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시장에서는 2/4분기 이래 국내 경기는 견조하게 흐르고 있으나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실적 예고시즌에 돌입하면서 변동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이래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올해 금리인상이 연말이나 되야 한다는 예측이 확산되고 반도체 D램 가격도 반등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외 경기와 수급여건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 780대 지지선 붕괴 =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3.03포인트, 4.08% 급락한 776.37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월 8일 739.66 이래 넉달여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장중 저점은 770.48로 지난 2월 20일 769.71 이래 가장 낮았다.
코스닥지수는 66.26으로 3.92포인트, 5.59% 급락, 종가기준으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 65.97까지 하락, 지난 4일의 연중최저치 68.30으로 깼으며 지난해 11월 7일 65.66 이래 가장 낮았다.
하락률로 보면 종합지수는 지난 4월 25일 5.20% 이래 가장 컸으며, 코스닥지수는 4월 1일 6.08% 이래 최대 하락했다.
코스피선물 9월물은 97.45로 전날보다 4.95포인트, 4.83% 급락했다. 종가기준으로는 2월 하순 이래 100선이 처음으로 붕괴됐다. 시장베이시스는 0.02의 콘탱고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1,498억원을 순매도, 지난 5월 10일 2,139억원 이래 순매도규모가 가장 컸다. 기관은 증권과 은행이 각각 560억원, 51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전체적으로 756억원을 순매도했다.
투신은 235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2,173억원을 순매수, 지난 5월 29일 2,178억원 이래 가장 많이 샀다.
외국인은 반도체 관련주에 매도를 집중한 가운데 통신, 증권, 운수장비, 화학 업종을 순매도했고 비금속광물 등 소형주에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는 비차익 1,470억원을 위주로 2,153억원이었고, 매수는 비차익 960억원을 중심으로 1,460억원을 기록했다.
전업종이 지수급락률 만큼 하락폭이 컸으며 하락종목이 거래소에서는 759개, 코스닥에서는 738개나 되는 등 양시장 합쳐 1,500개에 가까웠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하한가가 115개나 양산됐다. 상승종목은 거래소 49개, 코스닥 43개에 불과했다.
◆ 3/4분기 경기, 미국 시장 안정 필요 = 시장에서는 3/4분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춰졌고 미국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와중에 2/4분기 기업실적 호전을 기대하며 매도를 미뤘던 상황에서 기업실적 악화라는 악재가 충격을 불러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 경제는 내수가 다소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3/4분기 중에도 경기호조세가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이 경기와 기업실적 등에서 펀더멘털 약화가 예상되고 회계 불투명성과 추가 테러 위협 등도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수출모멘텀에 따른 주가상승 논리는 약화될 전망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3/4분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기업실적 등 악재가 미국시장에서 돌출됐다"며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도 연말께로 늦춰지는 상황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외 펀더멘털의 차별화를 기반으로 유지돼 오던 780∼800선의 지지대가 붕괴, 향후 미국 시장 불안과 펀더멘털 약화를 반영한 새로운 거래대가 형성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대투증권의 한정희 분석역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2/4분기 기업실적을 눈이 빠지게 기대해 왔는데 예고시즌 초입단계에서 부진 전망을 접하게 된 것이 충격을 줬다"며 "최근 주요 지지선인 780선이 무너지고 장대음봉이 돌출하면서 이동평균선도 모두 깨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경기가 여전히 괜찮고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점, 기관 매수 여력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시장의 안정성이 중요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신영의 김 팀장은 "국내 경기는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여 일단 750선 정도라면 저가 매수의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국면"이라면서 "그러나 해외 펀더멘탈이 약화되는 징후가 보이고 있어 수급에 앞서 조정에 대한 시각은 좀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박성민 트레이더는 "국내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와 반도체 관련주들에 대한 악재가 나왔으나 크게 급락할 요인도 많지 않다"며 "2/4분기 기업실적이 견실하게 유지되고 있어 여유를 가지면서 핵심 우량주에 대한 분할 매수를 노려볼만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