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월드컵을 전세계에 수출합니다.' 지구촌 최대 이벤트인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 전통음식이 유망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등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건설 노하우'를 사겠다는 문의와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월드컵 개막식을 통해 한국의 전통미와 첨단기술이 지구촌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체코 중국 모로코 등 5개국의 경기장 건설 관계자들이 구애 의사를 보내고 있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체코. 지난 3일 체코 축구협회장과 경기장 건설위원장이 방한, 경기장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에 자국의 경기장 건설 입찰 참가를 요청하고 의향서를 주고받았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체코는 상암 경기장 공사를 31개월 만에 마무리한 비결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 공법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2008년 올림픽을 '녹색 올림픽'으로 치르기로 선언한 중국은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가 월드컵경기장으로 변신한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위해 총 20억달러를 투자, 19개 경기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어서 국내 건설업체들은 벌써부터 '경기장 특수'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말 모로코 체육부 장관 등이 방한해 경기장 건설사업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남미의 2개 국가도 상암 경기장의 건설 경험과 기술 이전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 통신과 방송기술 등을 접목한 'IT(정보기술) 월드컵' 운영 노하우도 새로운 수출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SI(시스템 통합) 업체인 삼성SDS는 서울 상암동과 제주 서귀포 경기장의 영상·음향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로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포르투갈과 2008년 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을 겨냥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향후 중국에서 특수가 기대되는 경기장 시설 관련 솔루션 사업을 비롯해 e-스포츠 포털 사업 등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KT(옛 한국통신)도 월드컵을 위해 개발한 쌍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에 외국 방송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수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에 알려진 한국의 맛도 판로를 넓혀 가고 있다. 전주시는 월드컵 기간 중 전주종합경기장 내 전자플라자 등에 비빔밥 코너를 마련하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열었다. 여기에서 다음달 중 일본에 1만9천5백식의 반조리된 전주비빔밥을 수출키로 계약하는 성과를 올렸다. 시 관계자는 "시식회를 통해 외국인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일본 가나자와시에 영업소를 내는 방안도 일본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찬들도 월드컵을 계기로 해외 주문이 늘어 희색이다. 해찬들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중 고추장이 일본이나 미국 관광객들로부터 관심을 끌면서 지난 5월 해외 발주 물량이 4월보다 2배 늘어난 3억원에 달했다"며 "이번 달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월드컵을 계기로 마련된 첨단.특화산업 수출에 적극 나서 이를 한국경제 성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선 산업자원부 수출과장은 "이번 월드컵 개최로 얻은 소프트웨어나 노하우 등을 적극 지원해 전략적 수출품목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연.주용석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