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혈투를 벌인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이 '검은돌풍'을 이어 갔지만 '폭주기관차' 아일랜드의 반란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랭킹 8위 스페인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다크 호스 아일랜드를 맞아승부차기 끝에 겨우 승리, 힘겹게 16강 문턱을 넘었다. 스페인은 1-0으로 앞서 거의 승리를 굳혔다고 여긴 후반 45분 동점 페널티킥을내줘 연장전에 끌려 들어 갔으나 연장전 30분을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로써 94년 미국대회에 이어 8년만에 8강에 오른 스페인은 오는 22일 광주에서한국과 이탈리아 승자와 4강 길목에서 격돌한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렸지만 경기는 한편의 각본없는드라마였다. 전반 8분 모리엔테스의 헤딩슛으로 앞서간 스페인은 후반 18분 아일랜드의 페넡티킥 실축의 행운까지 겹쳐 수월하게 8강으로 나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리지 않으면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독일과의조별리그 경기에서 보여준 아일랜드는 후반 45분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스페인은 3명의 선수를 모두 교체한 뒤 알벨다가 부상으로 빠져 10명으로 싸우는 악전고투 끝에 승부를 팀킥(Team kick 승부차기)으로 끌고 갔고 3명의 선수가 실축한 아일랜드를 눌렀다. 이에 앞서 세네갈은 오이타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앙리 카마라가 동점골과 연장전 골든골을 잇따라 터뜨려 스웨덴에 2-1로 역전승했다. 월드컵 본선 처녀 출전의 세네갈은 개막전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프랑스를 꺾은데 이어 아프리카 5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조별리그에서 살아남아 8강까지 오르는 등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 됐다. 본선에 처음 나와 8강까지 줄달음친 팀은 58년 웨일스, 소련, 북아일랜드와 66년의 포르투갈과 북한, 74년 동독, 90년 아일랜드, 98년 크로아티아 등에 이어 세네갈이 9번째. 또 아프리카 팀이 8강에 오른 것은 90년 이탈리아대회 카메룬 이후 12년만이다. 세네갈이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하자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지르는 등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죽음의 F'조에 1위로 살아남은 스웨덴은 94년 미국 대회 3위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꿈을 '검은 돌풍'에 접어야 했다. 세네갈은 22일 오사카에서 일본-터키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한편 17일에는 오후 3시30분 전주에서 미국과 멕시코가, 오후 8시30분 고베에서브라질과 벨기에가 각각 대결한다. ◆세네갈 2-1 스웨덴(오이타) 초반은 힘에서 앞서 스웨덴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양상이었다. 전반 3분 토비아스 린데로트의 기습 중거리 슛에이어 1분 뒤 의표를 찌르는 프리킥 세트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두 차례 위협으로 초반 기선을 제압한 스웨덴은 전반 11분 왼쪽 코너킥을 헨리크 라르손이 헤딩 슛,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개막전 돌풍의 주역 세네갈은 기죽지 않고 선제골 이후 적극 공세에 나서 37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자기 진영에서 넘어온 볼을 엘 하지 디우프가 헤딩했고 앙리 카마라가 아크 정면에서 이를 받아 가슴 트래핑한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비를 제치며 오른발로 땅볼 슛, 스웨덴 골대 구석에 꽂아넣었다. 스웨덴 벤치는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31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조커'로 투입,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무산시켜 패배의 빌미가됐다. 전후반 정규 9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에 돌입했고 14분만에 터진 카마라의 이 대회 첫 골든골로 승자가 가려졌다. 파프 티아우가 아크 외곽에서 볼을 잡아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다 발꿈치로 카마라에게 백패스했고 카마라는 상대 수비수 2명을 연달아 제치며 아크 쪽으로 드리블한 뒤 왼발 땅볼 슛,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골대안으로 빨려 들었다. ◆스페인 1-1 아일랜드(수원) 먼저 `위협사격'을 날린 쪽은 아일랜드였지만 선제골은 스페인이 잡아냈다. 전반 3분 아일랜드 로비 킨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 가슴을 쓸어내린 스페인은 5분 뒤 푸욜이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올린 센터링을 모리엔테스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수비 앞으로 치고 나가며 헤딩, 선제골을 뽑았다. 스페인은 25분 라울과 모리엔테스, 루이스 엔리케 `트리오'가 환상적인 패스플레이로 추가골을 뽑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스페인은 후반 2분 라울이 수비 3명과 경합하다 살짝 찔러준 공을 모리엔테스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왼발 슛했으나 선방에 막혔다. 필사적으로 반격하던 아일랜드는 후반 18분 페널티킥을 따내 동점 기회를 맞았다. 키커로 나선 이언 하트의 슈팅이 카시야스 골키퍼에게 막혔고 킬베인이 튀어나온 볼에 달려들며 왼발로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를 훨씬 빗나갔다. 스페인 카마초 감독이 승리를 굳히기 위해 라울을 빼고 수비를 강화하면서 주도권이 아일랜드에게 넘어가 버렸고 결국 전광판 시계가 멈추기 직전 승부는 원점으로돌아갔다. 아일랜드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문전으로 차는 순간 이에로가닐 퀸의 유니폼 상의를 붙잡다 주심에게 들켜 경고를 받으며 페널티킥을 내주었고이번에는 로비 킨이 키커로 나서 깨끗하게 그물에 꽂았다.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전에서는 체력이 앞선 아일랜드가 주축들이 모두 교체돼나간 스페인에 우세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어느 쪽에서도 `골든골'은 터지지 않았다. 대회 첫 승부차기에서는 아일랜드 2~4번 키커가 연속 실축 또는 상대 골키퍼의선방으로 골을 성공하지 못한 반면 스페인은 3명이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kh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