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쇄 행운'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B조에 속한 남아공은 12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대결에서 선전했으나 결국 2-3으로 패배했다. 이는 단순한 패배가 아닌 사상 첫 16강 진출을 꿈꾸던 남아공의 희망이 송두리채 뽑히는 아픔이었다. 같은 시각 서귀포에서 진행된 파라과이-슬로베니아전이 결국 파라과이의 3-1로 끝남에 따라 파라과이에 다득점에서 아깝게 뒤져 조3위로 16강 진출이 무산된 것이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남아공에게 행운의 힘이 작용하는 듯했다. 스페인이 정예멤버 대신 교체선수 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남아공이 무승부 또는 그 이상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경기장을 맴돌았다. 또 전반 초반 골키퍼 안드레 아렌세의 어이없는 실수로 한골을 헌납한 뒤 남아공은 크게 흔들렸으나 스트라이커 매카시가 동점골을 넣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전반 종료 직전 스페인 멘디에타에게 골을 허용한 뒤에도 후반 주장 라데베의 헤딩골로 동점에 성공하는 등 남아공은 강한 승부근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슬로베니아가 선제골로 파라과이를 앞서가고 있다는 소식이 한때 전해지자 남아공 선수들은 더욱 힘차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나 스페인의 라울을 놓친 것이 천추의 한이 됐다. 라데베가 동점골을 넣은 뒤 수비를 정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라울에게 또다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남아공은 수비위주의 안전한 경기운영 대신 정면대결을 펼쳐 관중들의 성원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강호 스페인과 맞서기에는 남아공의 전력이 부족했다. 그러기에 보다 영리하게 수비를 보강하고 라울의 발을 묶는 교묘한 작전이 필요했지만 남아공은 그러질 못했다. 파라과이와의 첫 대결에서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가 결장한 파라과이와 2-2로 비기고, 특급선수 자호비치와 감독간 내분이 휩싸인 슬로베니아를 1-0으로 이기는 등 `행운의 승리'를 이어나가던 남아공이 결국 스페인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은 이번 대회에서 당초 B조 최약체라던 평가가 무색할 만큼 선전했다. 1승1무1패로 아쉽게 조3위로 탈락하고 말았지만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리의 기쁨도 맛봤다. 지난 프랑스 월드컵에서 2무1패로 물러난 것과 비교하면 큰 비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강한 정신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남아공은 이제 새로운 아프리카 축구의 기수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대전=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