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이 찢어질 듯 했다. 아일랜드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물로 2002한일월드컵축구 16강 진출을 확정짓는순간 1만여명의 극성스런 아일랜드팬들이 일제히 질러댄 함성 때문이었다. 아일랜드 수호성인 '성(聖) 패트릭'을 상징하는 '클로버색'의 물결이 출렁였고 박수와 노래, 간간이 들리는 나발 소리로 요코하마국립경기장 안이 일순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카메룬과 첫판을 비기고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전광판 시계가 90분을 넘어설 때까지 뒤져 탈락하는가 했던 아일랜드가 자력으로 16강에 오른게 자랑스러워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을 펼쳤던 아일랜드팬들은 후반 16분부터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열광에 열광을 거듭했다. 전반 로비 킨의 선취골에 이어 개리 브린이 아일랜드의 월드컵 본선 출전 사상최초의 한 경기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는 이날 2골 차로 승리하면 같은 시간에 열리던 독일과 카메룬전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골은 의미가 더욱 깊었다. '누구도 아일랜드를 꺾을 수 없어(You will never beat the Irish)' 이후 잘 알려진 이 구호를 독특한 음정에 실어 계속 반복하던 이들은 후반 41분 데이미언 더프의 3번째 골이 터지면서 사실상 16강이 확정되자 녹색과 흰색, 오렌지색깔의 아일랜드 국기를 펴들고 일본 관중들이 다 떠날 때까지 승리의 찬가를 불러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터넷을 통해 입장권 추가 판매를 할 때 아일랜드팬을 배려해 이렇게 많은 팬이 올 수 있었다고 귀띔해 준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 이그재미너'의 빌 죠지 기자는 "오늘은 아일랜드인들에게 경사가 겹친 날"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