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 전차 군단' 독일이 선수 한 명이 퇴장한 불리한 상황을 딛고 16강에 올랐다. 독일은 11일 시즈오카월드컵스타디움에서 열린 난적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교체멤버로 후반 투입된 마르코 보데의 결승골로 카메룬을 탈락시키면서 녹슬지 않은 전차군단의 위용을 과시했다. 독일은 당초 예상대로 무난히 조 1위로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함으로써 4번째 월드컵 제패의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독일은 B조 1위로 결정된 '무적함대' 스페인을 피해 2위 예상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파라과이와 16강전을 치루게 돼 8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경기는 동시에 벌어진 아일랜드-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점 2의 아일랜드가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승점 4를 기록중인 두 팀중 패하는 쪽은 '끝장'이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유럽축구의 자존심과 아프리카 맹주의 '진검승부'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다. 독일은 세계적 골키퍼인 올리버 칸과 메첼더, 라멜로브, 링케 등이 이끈 탄탄한수비를 방패로 경기 초반부터 플레이메이커 발라크의 조율아래 클로세와 양커 투톱을 내세워 공세를 폈으나 리고베르 송과 레이몽 칼라가 주도한 카메룬 수비의 벽을넘지 못했다. 오히려 독일은 카메룬의 '흑표범' 음보마와 에토오 투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못해 수시로 문전이 뚫려 고전해야 했다. 전반 27분에는 워메에게 절표한 프리킥 슈팅, 27분에는 리고베르 송에게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각각 허용했으나 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전반 40분께 수비의 핵인 라멜로브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10명이 싸워야하는 불리한 상황에 몰렸고 몸싸움이 심해지면서 7차례나 경고를받았다. 독일은 후반들어 수비위주의 진용을 구축하고 독일의 파상공세에 기습으로 맞서는 작전을 들고나왔다. 독일의 승리는 양커 대신 교체투입된 마르코 보데가 결정지었다. 보데는 후반 5분 문전을 파고들던 스트라이커 클로세의 절묘한 전진패스를 받아 골그물을 흔들었다. 한골을 잃은 카메룬은 조급한 경기운영으로 자멸했다. 추가 실점하면 끝이라는강박감에 사로잡힌 선수들은 전반의 독일처럼 거칠게 경기를 이끌다 파트리크 수포가 클로세의 발을 걸어 퇴장당하면서 수세에 몰렸고 결국 후반 35분 독일의 클로세에게 추가 실점했다.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하면서 지난 90년 이룩했던 8강 신화의 재현을 노렸던 '불굴의 사자들'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카메룬은 리고베르 송과 레이몽 칼라 등이 이끄는 아프리카 제일의 수비진이 전반엔 제대로 가동됐으나 후반들어 비비앵 푀와 올렘베가 이끄는 미드필드가 무너지고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맥없이 무너졌다.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아프리카의 기술축구가 아직은 힘과 높이, 조직력을 앞세운 유럽축구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아일랜드전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한골씩을 기록했던 음보마-에토오 투톱은전차군단의 철벽 수비에 막혀 무력했고 이들을 대체할만한 공격수가 없다는 점이 카메룬의 한계였다. 독일 축구의 전설인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는 자국이 유로 2000 1회전 탈락하고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잉글랜드에 1-5로 대패하자 "우리팀은 절대 우승후보가될 수 없다"고 절망했으나 갈수록 전력이 안정되고 있어 팀이 목표로 하고 있는 4강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즈오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