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북한의 평양 및 남포 일원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폰 사업과 국제전화 관문국 고도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통신분야의 남북협력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보통신부의 변재일 기획관리실장 등 정통부 관계자 3명과 KT,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시스콤 등 통신업계 관계자 5명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단은 지난 4일부터 4박5일간 북한을 방문, 북한의 체신성 차관급을 단장으로 한 북측 대표단과사상 첫 남북 통신회담을 갖고 이같은 남북 통신협력 사업추진에 합의했다. 현 정부출범 이후 활발하게 진행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통신분야의 남북경협에 돌파구가 열린 셈이다. ◆ 남북한 통신회담 무얼 논의했나= 이번 회담은 사상 첫 남북 통신회담인 만큼 구체적인 협력방안보다는 남측이 북한내 통신 협력사업을 제안하고 북측은 이에대해 의문점을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이번 제안은 북한 당국자의 정책적 의지, 관련 법령 및 제도, 통신수요 등 북한의 통신환경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협력사업 내용을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변 실장은 "이번 회담은 통신협력을 위한 남북간 첫 접촉인 만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측으로부터 CDMA에 관해 설명을 듣고 기업들이 가져간 CDMA단말기를 살펴보고, 그 우수성을 인정했으며 CDMA를 도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정통부는 설명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북한측이 CDMA단말기를 보고 감탄을 했다"면서 "추후 북측이 원할 경우 CDMA단말기 샘플을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측은 북한의 통신법규 및 구체적인 통신환경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신협력 사업의 규모와 범위, 서비스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2차 협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 남북 통신회담 의의 및 성과= 이번에 남북한이 추진키로 한 통신협력 사업은평양 및 남포일원이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CDMA 휴대폰 사업과 국제전화 관문국 고도화 사업에 국한됐지만 일단 통신분야의 남북경협에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북측이 CDMA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세계 CDMA종주국인 남측 기업들과 공동으로 CDMA를 도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앞으로 남북 통신협력이 확대될 수 있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SK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추진중인 `아시아 CDMA 벨트'에 북한의 참여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중.일간 이어지는 CDMA 벨트에 북한이 중간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남북 통신협력을 위한 컨소시엄은 `상업적 기반'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남측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KT 등 이번 방북단에 참여한 5개 기업들은 방북에 앞서 남북 공동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합의하고 정통부에 대표이사 명의의 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정통부는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아직 휴대폰은 없지만 주파수공용통신(TRS)이 사용되고 있는 수준이며, 북한의 휴대폰 수요는 공공부문, 외국인 등 수만명 규모로 파악된다"면서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북한내 이동통신 사업권을 갖고 있는 태국의 록슬리에 대해서도 "록슬리사의 사업권은 북한의 나진.선봉지구에 국한된 것인데다 배타적 독점권도 아니어서 남북 이동통신 협력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 남북한은 이번 1차회담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앞으로 1개월 이내에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평양에서 2차 협의를 갖기로했다. 변 실장은 "북측과의 2차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CDMA서비스 도입 시기와 사업규모 등이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또 CDMA장비 및 단말기 수출에 따른 미국정부와의 조율, 북한의 전력사정,통신수요 및 통신관련 법률이나 제도 등 문제점에 대해 "이번 회담에서 그같은 걸림돌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걸림돌 해소 방안을 마련해 놓았으며 미국정부 및 미국업체들과 협조가 이뤄지면 한.미간에도 별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의지에 따라 이번 남북 통신회담에서 추진키로 한 평양 및남포일원의 CDMA서비스와 국제전화 회선증설 및 시스템 현대화 사업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양측은 추후 2차협의를 통해 협력사업 방안에 합의할 경우 일단 남측의 KT 등 5개 기업과 북한의 조선체신회사가 공동컨소시엄 형태로 합작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CDMA개통과 국제전화 회선증설 및 시스템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향후 북한의 유무선 통신사업 전반으로 남북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