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을 자랑하는 경남 거제도 옥포만 130만평 부지에 자리잡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국을 뒤덮고 있는 월드컵 열기가 이곳까지 전해지지 않았을리 없지만 당장 오늘, 내일 인도할 선박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작업은 쉴틈이 없다. `세계 최대'인 900t급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은 분주히 움직이고 길이 530m, 폭131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1도크 안에서는 국내에서 건조된 유조선 가운데 역시 `최대' 규모인 45만t급 초대형유조선 블록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안벽에서는 곧 그리스로 인도될 1천500인승급 호화여객선 `블루스타 낙소스(Blue Star Naxos)'호의 마무리 단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축구장 몇 배의 세상에서 가장 큰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답게 곳곳에서 `웅장한' 활기가 넘치는 곳. 워크아웃 졸업 10개월째를 맞는 옥포조선소는 이렇듯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23일 2년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 99년 당시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간 12개 대우 계열사 가운데 최초이자 매출액 3조원대의 대기업으로서도 첫 졸업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대우중공업 시절 비교적 수익성이 탄탄한 회사로 꼽혔으나계열사 지원으로 늘 부실 문제에 시달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에따라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도 바로 모기업과의 단절을 통한 `조선 전문회사'로서의 독립경영 실현이었다. 실제 지난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에서 분리, 홀로서기의 발판을 마련한 대우조선해양은 외형면에서도 `탈(脫) 대우'를 위해 대우의 상징이었던 부챗살 무늬의 로고를 `과감히' 버리고 `DSME'라는 새 로고를 도입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졸업후 이 회사는 영업면에서도 현재 76억달러(2년 반 이상 작업물량)에 달하는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을만큼 호황세를 타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지난 2000년에도 6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포함해 총 36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일주일만에 옵션분까지 포함해 총 18척의선박을 수주, 세계 조선사상 단기간 최대 규모 수주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테러사태 이후 세계 해운경기가 침체에 빠쳐 선박 발주시장이 크게위축됐을 때도 총 32억달러(38척)어치를 수주,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의 수주실적을올렸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업체들이 전세계 발주량의 70%에 해당하는 21척을 `싹쓸이'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약 절반인 10척을 수주, 독보적인 실적을 나타냈다. 올들어서도 액화천연가스(LNG)선 4척, 대규모 해양플랜트 등 총 16억달러의 수주고를 올려 이미 올해 전체 목표(30억달러)의 54%를 달성하는 등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 세계 최대량의 수주잔고를 갖고 있는 조선소인 만큼 현재 각 공정단계별로 건조작업이 진행중인 선박만도 총 27여척. 연간 인도물량은 45척 내외로 숫자상으로는일주일에 한대꼴로 선박이 인도되는 셈이다. 이렇듯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면에서 어느정도 목표수준에 도달했다고 자평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설계, 기술력 향상에 집중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신흥 조선대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이 시장점유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고 일본도한국을 재추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 저가공세식의 영업방식을 탈피, 설계.기술력 향상을 통한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해양플랜트 설계 및 LNG선 개발, 기존 시설보완등에 총 2천8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경영기획실장인 심규상 전무는 "일본 조선소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추월당한 이유는 핵심역량인 설계부문을 분사시키고 생산 부문만 남겼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나 일본의 공세를 막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설계,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뿐"이라고 강조했다. (거제=연합뉴스) 이윤영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