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한.일 월드컵 한국-미국전 당일 열성 응원단의 도에 지나친 '반미'응원, 학생운동권의 '반미' 시위가 우려되는 가운데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성숙한 응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빼앗긴' 금메달 때문에 반미감정이 남은 것은 사실이지만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그리고 축구 선진국으로서 속이 좁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반응들이다. 실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 문제,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 등으로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한총련 등 학생운동권은 미국전을 계기로 한 반미시위를 벌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모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범죄가 하루 6건에 달하는데서 보듯 한국을 무시하는 미국이 과연 우리의 우방이냐"고 되물으며 "설령 폭력 사태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직까지 특별한 시위 계획은 없지만 어떻게 미국에 대한 항의의 뜻을 보일지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한ㆍ미전이 열리는 10일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교내 한마당에서 '반미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은 물론 학생들과 운동권 내부에조차도 스포츠 축제의 장인 한국-미국전을 '반미투쟁의 장(場)'으로 활용하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지역 한 대학 총학생회 간부 노모(23)씨는 "오노 사건과 맞물려서 반미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지만 축구 때문에 폭력사태까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세계적인 행사인 월드컵에서 특정국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정국(28)씨는 폴란드전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예로 들며 "10만명이 넘는 응원단이 모여서도 별 사고가 없었던 우리 국민이 미국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미스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대 총학생회 석진혁(24)씨는 "스포츠는 스포츠로 끝내고 상한 감정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며 정치와 스포츠 사이에 선을 그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의 고석태(24) 사무국장은 "운동권 학생들이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 반미 구호를 외치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으며 선배들의 투쟁정신을 대중심리와 혼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광화문에서 거리응원전을 주도하게 될 붉은악마의 이재은(22)팀장은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사태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폴란드전 1승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불미스런 모습으로 무너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