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4일. 한국 축구가 `항도' 부산에서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 본선 5회 연속, 총 6번째 출전만에 맞은 15번째 경기에서 마침내 감격의 첫 승을 일궈냈다. `히딩크 사단' 한국 대표팀은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노장 투혼을 발휘한 황선홍의 선제골과 유상철의 추가골로 폴란드에 2-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로써 승점 3을 따내며 D조 선두로 나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꿈'도한 걸음 현실로 앞당겼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예상대로 황선홍을 최전방에, 설기현과 박지성을 좌우 날개공격수로 배치, `삼각 편대'를 출격시켰고 침착함이 돋보이는 이운재에게 골문을 맡겼다. 전반 2분 수비 전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 돌파를 허용, 크시노베크에게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는 결정적 위기를 맞았으나 크시노베크가 슈팅을 미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국은 전반 10분 송종국이 찬 오른쪽 코너킥을 문전에서 설기현이 헤딩으로 연결, 응수했으나 머리에 정확히 맞지 않아 골키퍼 품에 고스란히 안겨 아쉬움을 자아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폴란드의 거센 공세와 큰 경기 부담으로 둔하게 움직이던 한국은 설기현의 헤딩슛을 전환점으로 삼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반 13분 유상철이 아크 왼쪽에서 약 20m 짜리 왼발 중거리슛을 때렸으나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폴란드의 초반 기세를 잘 막아내고 골문을 두드린 한국은 26분만에 `황새' 황선홍의 왼발에서 선제골을 엮어냈다. 스로인한 볼을 설기현이 되차주자 이을용이 이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폴란드 수비전형을 훑어본 뒤 황선홍 쪽으로 살짝 찔러주었고 황선홍이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그물에 꽂았다. 한 템포 빠른 황선홍의 발리 슛에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 예지 두데크가 손을 뻗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은 전반 37분 유상철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차 골문으로 집어넣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위에 그쳤다.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골을 놓친 유상철은 후반 8분 깨끗한 중거리포로 추가골을 터뜨려 아쉬움을 달랬고 승리를 예감한 5만4천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황선홍 대신 안정환, 유상철 대신 이천수를 각각 투입해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했다. 교체 투입된 안정환은 후반 33분 설기현의 패스를 받아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려 골키퍼를 위협했고 39분에는 송종국의 스루패스를 논스톱 슛을 날렸으나 아쉽게 두데크 손끝에 걸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고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쉴사이 없이 상대 골문을 노렸다. 한편 홍명보-김태영-최진철로 이어진 스리백 수비진은 전.후반 90분간 에마누엘올리사데를 축으로 한 폴란드 공격수를 꽁꽁 묶었다. 한국은 오는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미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부산=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