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빈 자리 내가 맡는다.' 프랑스 대표팀의 로제 르메르 감독은 개막전에 결장하는 지네딘 지단(29.레알 마드리드)이 맡고 있는 플레이메이커 자리에 노장 미드필더 유리 조르카에프(34.볼튼 원더러스)를 기용해 전체적인 공수조율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개막전에서 세네갈과의 맞닥뜨리는 프랑스의 공격 전술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르메르 감독은 "조르카에프는 충분히 준비가 돼 있는 선수"라고 말해 지단을 대체할 플레이메이커로 낙점했음을 시사했다. 장 마르셀 페레 대표팀 주치의도 "조르카에프는 현재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르메니아계로 179㎝, 70㎏의 보통 체격인 조르카에프는 스피드와 파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폭넓은 시야와 영리한 두뇌플레이로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89년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등 빅리그 무대를 밟아온 풍부한 경험도 큰 자산이다. 인터밀란(이탈리아)에서는 98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에 기여했다. 명수비수인 아버지 장 조르카에프의 대를 이어 축구선수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는 지난해 5월 컨페드컵에서 한국이 프랑스에 5-0으로 참패할 당시 4번째 골을 넣어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져 있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도 8강 덴마크전에서 1골을 넣고 결승 브라질전에서 지단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맹활약했다. A매치 79경기에 출장해 28골을 기록중이다. 조르카에프는 올시즌 전 소속팀인 분데스리가 카우저스라우테른에서 벤치멤버로 전락, 트레이드의 수모를 겪는 등 슬럼프와 노쇠 기미를 보였으나 지단의 대체요원이라는 필요성 때문에 대표팀에 발탁됐다. 특히 조르카에프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선언해 마지막 본선무대에서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르카에프가 지단의 자리를 맡을 경우 프랑스의 공격전술은 기존의 4-2-3-1 크리스마스트리 포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소 변형을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전방 원톱인 다비드 트레제게(24.유벤투스)의 경우 별 변화가 없겠지만 좌우양날개로 포진할 티에리 앙리(24.아스날)와 실뱅 빌토르드(28.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지단의 역할을 어느 정도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인 에마뉘엘 프티(첼시.31)와 파트리크 비에라(아스날.26)도 수비 중심에서 벗어나 좀 더 공격적인 형태를 취하며 조르카에프가 이끄는 공격 삼각편대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뜨려 패이스가 살아나고 있는 크로스토프 뒤가리(30.보르도)를 조르카에프와 더블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