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전에서 월드컵 역사에 남을 또하나의 이변이 탄생할까. 이변이 일어난다면 주역은 물론 세계 최강 프랑스와 맞붙는 아프리카 변방의 월드컵 새내기 세네갈이 될 것이다. "개막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프랑스 간판스타 지네딘 지단의 말은 세네갈이 개막전에서 전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잡는다면 이번 월드컵의 향방이 그야말로 안갯속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지난 24일 대구에 준비캠프를 차린 세네갈은 잦은 일정변경과 까다로운 요구사항으로 대회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지만 세네갈축구협회의 행정력과 선수단의 경기력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 대회개막을 닷새 앞둔 26일 현재까지 세네갈이 보여준 전력을 보면 지난 90년카메룬이 전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와의 개막전에서 선수 2명이 퇴장당하는 악조건속에서 1-0으로 승리한 대이변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국 프랑스와 맞붙는 세네갈의 브뤼노 메추 감독은 지난 25일, 이틀전 일본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결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축구와 유럽축구는 실력차가 없다. 우리팀은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세네갈은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상대수비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신승했지만 줄곧 경기를 주도했고 `연쇄살인범' 엘 하지 디우프(랑스)는 최상의 컨디션을과시했다. 세네갈은 최종 엔트리 23명중 21명이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어 불과 5명만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프랑스 대표팀보다 오히려 더 `프랑스적인' 컬러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 최종예선에서 무려 8골을 뽑아냈던 디우프와 앙리 카마라(세당)가 투톱을 이루는 공격진과 칼릴루 파디가(오세르), 엘 하지 사르(랑스)가 이끄는 미드필드, 페르디낭 콜리(랑스), 알리우 시세(몽펠리에)가 담당하는 수비진은 전원이 프랑스리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스타플레이어들이다. 여기에다 브뤼노 감독은 최종 엔트리에 올해 36살로 축구선수로서는 황혼기에접어들었지만 선수들로부터 `그랑파(Grandpa)'로 불리며 존경받는 공격수 아마라 트라오레(괴뇽)를 깜짝 발탁, 팀의 화합에도 신경을 쓰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 2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카메룬에 패한 전력이말해주듯 세네갈의 아킬레스건은 큰 대회 경험이 적어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한 것. 게다가 이달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할 당시 내준 3골이모두 수비진의 단조로운 패턴과 무모할 정도의 거친 플레이 때문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티에리 앙리(아스날), 다비드 트리제게(유벤투스)가 이끄는 아트사커 군단의 포화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세네갈의 간판스타 디우프가 입버릇처럼 말하듯 세네갈이 "더 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홀가분한 심정으로 숨은 실력을 발휘한다면 개막전 이변은 물론 A조내에서 덴마크, 우루과이의 벽을 넘어 16강에 진출, 또한번의 아프리카 돌풍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