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를 위한 유가증권 인수제도가 18년만에 전면 개편됐다. 주식가치 분석,공모가 결정방식,청약과 배정 등 인수절차 전반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고 증권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인수제도 개선은 이미 예고된 것이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지만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본격적으로 자율 경쟁 책임 원칙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고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인수제도 전면개편의 최대 목적은 낙후된 발행시장을 선진화하자는데 있고, 발행시장 발전의 걸림돌이 돼 온 것이 현행 공모가 제도에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푼 것은 당연한 조치다.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공모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경우엔 외국처럼 경매방식을 쓰거나 증권사가 정하는 확정공모가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로 상황을 봐가며 적용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할 제도라고 본다. 그 동안의 공모가 정책은 가급적 가격을 낮춰 일반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면 공모시장의 지나친 거품이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되며, 심지어 주가조작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 그간의 많은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모주 판매능력과 공모가 분석능력에 따라 인수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며 이는 증권사간 경쟁으로 이어져 발행시장의 선진화도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목표는 새 제도가 차질없이 운용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증권사가 공모가를 영업전략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권을 쥐고 있는 주간사가 고객유치 차원에서 공모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책정한다거나 소수의 증권사가 담합을 통해 공모가를 조정한다면 정책취지는 빗나가게 된다. 그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공모가 산출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토록 하고 시장조성 의무를 강화하는가 하면,탈법 위법 사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수시장의 경쟁시스템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새 제도의 기본골격이 증권사간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인수업무 중단조치 등의 강경한 제재로 대응해야 마땅하다. 인수시장에서 나타난 그간의 많은 문제들이 약한 제재조치에 있었다는 점을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