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공화국 아제르바이잔과 불가리아 순방에나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2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도착한 직후 준비한 연설도 채 마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 그의 건강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입증했다고 CNN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지난 18일 82세 생일을 지낸 교황은 이날 바쿠 공항에 도착해 종교간 화합을 촉구하는 러시아어 연설을 시작했으나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옆으로 물러났으며 연설문은 보좌관이 대독했다. 교황은 "동방의 관문인 이 곳, 잔인하고 무분별한 무장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이 곳에서 나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모든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와 화합에 매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파킨슨 병과 무릎 및 고관절 통증으로 고생하는 교황은 이날 바쿠 공항에 도착한 알리탈리아 항공 여객기에서 내릴 때도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 유압 엘리베이터가달린 특수화물차를 이용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생일 축하연에서도 눈에 띄게 쇠약한 모습을 보여 사임 발표가 임박했다는 추측과 함께 닷새간으로 예정된 이번 순방을 완수할 수 있을지에 우려를 자아냈었다. 그러나 교황은 19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미사에서 "특별한 기도 덕분에 힘을 얻었다"면서 직무를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한편 가이다르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의장대 및 군악대가 동원된 환영식에서 "아제르바이잔 등 이슬람이 대부분인 나라들을 교황이 방문함으로써 세계의 양대 종교간에 평화와 상호신뢰가 구축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임기자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