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을 빠져 나와 루스츠 리조트로 향하는 길. 왕복 2차선 길 양편에 전봇대 간격으로 서 있는 표식이 낯설다. 도로표지판 거치대 끝에 노랑, 검정 사선이 그어져 있는 화살표 하나만 아랫쪽을 가리키고 있는 것. "한번 눈이 오면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어요. 제설작업하는데 꼭 필요한 표식이지요." 저멀리 '리틀 후지'라고도 불리는 요테이산 머리에 빛나는 하얀 눈이 한겨울 이곳의 눈사정을 어렴풋이 짐작케 한다. 길가의 풍경은 이제 은근한 봄볕에 깨어나고 있다. 여러개의 가르마를 탄 듯 써레질을 해논 검붉은색의 밭, 하얀 자작나무 숲, 각양각색인 잎새들이 한폭의 파스텔화를 이루는 산록, 여기에 드넓은 호수가 겹쳐지며 드라이브를 한층 상큼하게 만든다. 1시간30분만에 닿은 루스츠리조트. 4월까지의 겨울에는 스키로, 봄~가을에는 골프와 가족휴양지로 손꼽히는 홋카이도 최대의 리조트다. 20년전에 처음 리조트건설을 시작, 무리하지 않고 하나씩 시설을 늘려 이제는 타워호텔 등 동시에 4천여명을 수용할수 있는 규모로 커졌다. 요즘은 골퍼들의 왕국. 덮인 눈이 모두 녹아 내린 지난 4월 중순 그린을 열어 특히 주중에는 '대통령 골프'를 즐길수 있다. 골퍼 =리버.우드, 이즈미가와, 타워 등 총 72홀규모의 4개 골프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드코스(18홀, 6천1백7야드, 파72)와 리버코스(18홀, 6천8백17야드, 파72)는 88.89년 US오픈골프대회를 제패한 미국의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설계.감수했다. 야성미와 섬세함을 동시에 갖추었다는 평. 눈덮인 요테이산을 바라보며 날리는 드라이버샷의 맛이 남다른 코스다. 특히 우드코스 전반 9홀은 장타자들도 레귤러온이 힘들 정도로 길고 변화무쌍해 도전해 볼만 하다. 2년전 개장한 이즈미가와코스(18홀, 6천3백27야드, 파72)는 일본의 유하라 신코가 설계했다. 업다운이 적당한 여성적인 면모의 코스라는 평. 타워코스(18홀, 6천6백72야드, 파72)는 9홀에 라이트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야간라운드가 가능한게 특징. 모든 코스의 매홀 티샷 위치에서 2백50야드 지점에 깃대나 나무를 세워 둬 타구방향과 비거리를 가름할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엇보다 잔디가 끝내준다. 짧고 좁은 입새가 야들야들한게 밟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아이언샷을 할 때 뗏장이 떠지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토질도 부드럽다. 페어웨이 바깥쪽의 잡목도 많지 않아 공을 잃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부부가 함께 티샷한다면 금상첨화. 오전 4시면 환해져 하루 45홀 라운드도 가능하다. 타워호텔 옆에 거리표시가 있는 연습장(5백엔)이 있어 세기를 다듬을수 있다. 비골퍼 =골프광인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자유이용권(2천5백엔)으로 60여가지의 놀이시설을 즐길수 있는 놀이공원, 실내외 파도풀장, 무료 대온천탕 등이 갖추어져 있다. 모노레일로 연결된 너른 리조트단지는 또 숲이 좋아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다. 리조트 자체에서 1일 관광코스도 운영한다. 지옥계곡으로 더 잘 알려진 일본의 3대온천 노보리베츠온천, 시코즈코호수 등으로 안내한다. 버스를 타고 유리공예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 오타루 등을 자유관광할수 있다.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등의 레포츠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루스츠(일본 홋카이도)=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