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아르헨티나를 덮친 경제위기가 월드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이면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캠프지인 후쿠시마(福島)현 J빌리지에 도착한 16일 이들의 모습을 취재한 아르헨티나 기자라고는 '라 나시옹'지의 클라우디오 마우리 기자 한 명뿐이었다. 취재진에게 연습이 공개된 18일에는 다른 3개사가 합세했지만 약40명이 취재경쟁에 나선 일본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고정환율을 도입해 1달러=1페소를 지켜왔었으나 경제위기로 자유변동환율제로 변경되면서 현재 환율은 1달러=3페소까지 치솟았다. 마우리 기자는 "경제위기의 영향이 너무나 크다. 비싼 취재비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찾아올 취재진은 지난 프랑스대회의 절반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취재진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축구팬도 얼마나 일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열린 인터컨티넨탈컵(도요타컵)축구대회에는 아르헨티나의 인기팀보카 주니어스를 응원하기 위해 2천명이나 되는 축구팬이 일본으로 건너왔다. 이에 아르헨티나 여행사는 지난해 가을만 해도 월드컵 때는 3천명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었고, 후쿠시마현도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의 캠프지로 내정되자 "취재진만 해도 2천명이 올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상황이 돌변,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다 합해봤자 고작 900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번 월드컵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다소 쓸쓸한 대회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저마다 "경제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모국에 있는 축구팬들에게 뜨거운 메시지를 보냈다. 월드컵에 첫 출전하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생제르맹)는 "먹을 것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빵은 주지 못하지만 우리가 승전보를 전해줌으로써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또 왈테르 사무엘(AS 로마)도 "우리의 활약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