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주춤거리면서 홍업씨 소환일정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홍업씨가 최근 1년여간 김성환씨에게 건넨 18억원, 대학동기 유진걸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해온 20억여원, 측근 5-6명으로부터 본인 명의나 차명계좌로 입금된 수억원 등 홍업씨 주변의 의심스런 자금에 대한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 중 일부가 건설사 등 중소기업들로부터 불법모금했거나 이권개입의 대가로 제공받은 돈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상당부분 정황증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이 계좌추적을 통해 홍업씨가 대가성있는 돈을 받은 혐의를 입증하고 사법처리까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범죄단서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 출처가 의심스런 돈에 대해선 철저한 돈 세탁이 이뤄져 검찰의 자금추적이 곳곳에서 끊어지고 있는 데다 홍업씨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측근들은 한결같이 함구로 일관, 수사진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검찰은 홍업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특검수사에서부터 제기돼온 만큼 `모든 의혹이 확실하게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추궁 단서만 가지고 홍업씨를 소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수사가 예상외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두가지 범죄사실만 가지고 수사를 접을 수 없다. 수사가 부실하게 마무리돼 또 다시 특검이 나선다면 검찰위상은 끝장"이라며 조세포탈만으로 홍업씨를 처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기된 의혹은 모두 풀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홍업씨 비리의혹을 포함한 이번 수사가 전체적으로 장기화되더라도 월드컵이 시작되는 이달말 전에 어떤 식으로든 홍업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검찰이 홍걸씨 사법처리 이후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월드컵전에 대통령 아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상황논리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운데다 대검 중수부가 홍업씨 수사에 총력을 쏟고 있는 만큼 조만간 물증확보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홍업씨측이 측근들을 통해 내주 중 자진출두 의사를 계속 타진하고 있는 것도 이달내 홍업씨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