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쿨 현장을 가다] (上) '중1학년생 크리스티나의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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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형성된 체계적인 "비즈니스 마인드"가 건전한 직업관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학생들의 진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미국의 청소년 비즈니스교육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사)아름다운청소년공동체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소년 창업학교 "비즈쿨(Biz+School)"과 어떻게 접목할 지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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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목걸이 하나에 1달러50센트인데 사실래요?"
"모양은 좋은데 색깔이 맘에 안 드는구나,다음에 살께"
미국 워싱턴의 서북부에 위치한 하인 주니어 하이스쿨.
1교시 "Entrepreneurship(안터프르너십)"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이 학교 7학년생(우리나라 중1에 해당)인 크리스티나가 담당 교사앞에 목걸이를 늘어 놓고 흥정이 한창이다.
안터프르너십은 소규모 창업에 초점을 맞춘 기초적인 마케팅 수업으로 이 학교 7학년생들은 매일 1시간씩 1학기동안 이 과목을 수강한다.
교육프로그램은 "NFTE(니프티)"라는 비영리 교육법인이 제공하며 강의도 니프티에서 파견한 교사가 담당한다.
커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크리스티나는 "이 수업을 들은 이후로 조그만 장사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불쑥 자기 명함을 내밀었다.
이 수업을 담당하는 니프티의 데일 럽커맨 교사는 "이 지역 학생들이 대부분 저소득층 자녀라는 점을 감안해 수업내용이 소규모 창업에 맞춰져 있다"며 "명함제작,상품판매요령 등 실제 비즈니스에 필요한 지식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외곽에 있는 밸리 주니어 하이스쿨에서도 비슷한 수업이 진행된다.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걸 말해 보세요"라는 담당교사 존 한센씨의 질문에 아이들이 책상위로 몸을 반이상 내밀고 갖가지 대답을 경쟁하듯 쏟아냈다.
아이들의 대답을 웃음으로 듣고 있던 한센씨는 "그렇다면 이런 장기 가운데 남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건 몇 개나 될까?"라고 물었다.
약간 당황하는 아이들.
하지만 곧 각자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풀어냈고 수업은 자연스레 "고용시장"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로 이어졌다.
이 학교에는 "DECA"라는 비영리교육단체가 직업 및 창업관련 교육프로그램 일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한센씨의 진짜 직업은 엔지니어.
미국 최대기업 GE의 의료기기관련 자회사인 GE메디컬시스템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1주일에 한 시간씩 이 학교로 출근한다.
그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직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우쳐 주는게 오늘 수업의 목표"라며 "어릴때부터 현장감있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야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30개 이상의 주에서 이같은 비즈니스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이오와주 등 10여개 주는 학교에서 직업 및 창업과 관련된 과목을 반드시 가르치도록 법제화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DECA의 에드 데이비스 이사장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경제교육은 청소년 각자가 자기의 꿈을 설계하고 이뤄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미국를 이끌어갈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를 키워내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워싱턴.솔트레이크시티=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