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시장에 대한 UBS워버그증권의 비관적 분석이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줬지만 세계적 IT조사기관인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D램 시장이 올해 78%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창수 가트너 애널리스트(이사)는 "원래부터 2.4분기는 약세로 봤는데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락폭이 커진 것 뿐"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2∼3개월정도 지연되더라도 연내에는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D램 현물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매물공세로 대만업체들이 현금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새로운 생존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 하반기 회복전망 =지난해 D램시장은 1백19억달러로 2000년의 3백16억달러보다 62.4%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는 2백12억달러로 2000년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78%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3년에는 3백39억달러로 증가해 2000년 수준을 회복한다는 시나리오다. 메모리용량 증가율은 50%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가격은 낮아졌지만 D램업체들의 생산성 향상이 지속돼 출하량이 63% 증가했었다. 메가비트당 평균 판매단가는 지난해 77% 하락에서 올해 19% 상승으로 돌아서고 내년에도 4% 가량 오를 전망이다. 이는 올해 1백28메가 D램의 평균 판매가격 추정치를 4.4달러에서 3.1달러로 낮추고 내년에는 3.4달러에서 1.7달러로 조정한 UBS워버그의 전망과는 정반대되는 예측이다. 가트너는 휴대전화에 D램이 장착되기 시작하겠지만 PC가 여전히 D램을 수요하는 주요 상품의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시장 전체로 볼때 매출액은 3% 가량 증가해 지난해의 31% 감소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물량기준으로도 지난해 29% 감소에서 4% 증가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 2.4분기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가트너는 예상했다.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3.4분기에는 지난해 4.4분기 수준을 돌파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트너의 리처드 고든 D램 담당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과 도시바, 인피니언과 대만업체 등 D램 업체간의 통합과 그동안의 투자부진및 PC경기 회복과 같은 요인에 의해 가격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S램과 플래시메모리는 지난해에 이어 각각 26%와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D램을 포함한 메모리 전체로는 올해 23%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D램 시장이 지난해처럼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거래가격이 2달러대 이하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D램업체들이 재고를 정리하는 단계여서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 D램 업계 경쟁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만업체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D램가격이 추가하락하는 경우 업계에는 새로운 생존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뉴스전문업체인 EBN은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이 D램 가격약세의 영향으로 계획했던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뒤로 미루는등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설비투자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대만업체들의 경우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대형업체들에 비해 현물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파워칩세미컨덕터는 지난주 주가가 하락해 해외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11%나 가격을 할인해 자금조달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난야의 경우 유럽에서 DR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한달가량 늦추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2달러 이하로 내려갈 경우 하이닉스는 물론 마이크론도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D램가격 하락은 마이크론이 5월말 결산을 앞두고 물량을 쏟아내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D램업체들이 보유재고를 청산하는 단계라며 PC업체들이 주도권을 장악해 D램 업체들간 암묵적 가격유지 공조체제가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가장 현금동원력이 뛰어난 삼성전자가 현물과 고정거래가격을 얼마로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