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이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노근리양민학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최근 웹 사이트를 제작하고 미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13일 노근리사건 대책위원회(위원장 정은용)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학교 학생100여명은 지난 10일 부시 행정부에 미 정부가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는 "노근리 사건은 300명이 넘는 무고한 피난민에 대한 잔혹한 살인이 분명한 만큼 부시 행정부는 이 사건이 군 지휘부의 명령과 현명하지 못한 결정으로 촉발된 사건임을 공식 인정, 생존자들이 이제라도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적정한 배상금도 지불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대학생들이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게 된 계기는 미시간대에 개설된 '아시안계 미국인사'(Asian American History)과목의 이번 학기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이기 때문. 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노근리 관련자료를 수집했던 수강생들은 이중 한명인 한국인 도민정(24.여)씨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을 방문, 정구도 노근리대책위 대변인을 만나 노근리 진실찾기의 '역사적 의의'를 깨닫게 돼고 이를 수강생들과 공유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노근리 진실 찾기에 나섰다. 학생들은 정 대변인에게서 얻은 여러 관련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초 홈페이지(http://www.nogunri.cjb.net)를 제작한 것은 물론 학교 광장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노근리 사건을 알리고 청원서 제출을 위한 서명까지 받을 수 있었다. 도씨는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학기 수업은 조국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조국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배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비록 수업과제라 하더라도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노근리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미국 대학생들이 대견하다"며 "우리 젊은이들도 역사의 아픈 상처로 기록된 노근리 사건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