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주재 한국상사의 주재원들이 본사귀임을 포기하고 현지 개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불경기의 영향과 페소화의 강세로 멕시코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는않았으나 1억 인구의 구매력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의 시장잠재력 등이 이들의 `주저앉기'를 우선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두번째 요인으로는 해외생활이 오래된 상사 주재원일수록 사업 노하우가 풍부한데다 본사에 귀임하더라도 승진 가능성이 적거나 수입 역시 크게 줄어 `해외생활의여유'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자녀교육이 걸림돌. 어차피 귀국하더라도 자녀에게 쏟아부어야 하는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치열한 입시대열에 휩쓸리게 하기보다는 현지에서미국 등의 대학으로 보내기가 수월한 것도 `현지사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따라서 웬만한 한국기업체 직원 가운데 현지개업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눌러앉기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7년째 해외근무를 하다 얼마전 개업한 대기업 중견간부 출신 A씨는 "멕시코의관세장벽이 높기는 하지만 틈새시장이 크게 엿보이는데다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나기존 바이어만으로도 한국에서의 샐러리맨 생활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 보장돼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출신인 B씨는 "가족이 오랜 해외생활에 익숙해진데다 본사에 귀임하더라도 승진 가능성이 희박하고 박봉에 쪼들리며 생활하기도 지긋지긋해 퇴직금과한국의 부동산을 일부 처분, 사업자금을 마련해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멕시코 경기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최근 2∼3년새 틈새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너도나도 눌러앉는 분위기가귀임포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현지개업을 고려중인주재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사표 사례가 속출하면서 일부에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을 지적하기도 한다. 현업 재직시 회사업무와 함께 자립에 대비한 `별도의 업무'에도 신경을 쓰면서주재목적에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그 지적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