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는 일단 파괴되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고 복원된다 해도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게다가 앨버트 고어의 '위기의 지구'에 따르면 인공의 유전자 창고엔 치료법이 없다. 모든 개량종엔 그에 따른 질병과 해충이 생겨나게 마련인데 이를 퇴치할 묘약은 자연의 온갖 악조건을 견딘 야생종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생태계 보호및 종의 다양성 확보에 힘쓰고 그 일환으로 생태이동통로를 조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태이동통로(wildlife passage)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새 도로가 생기면 사냥감이 줄어든다는 걸 안 프랑스 사냥꾼들에 의해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네발 달린 짐승을 위해 유럽에선 육교 형태의 생태다리(eco-bridge)나 인공터널,북미에선 지하통로를 주로 만들고 파충류나 양서류를 위해선 암거나 흄관을 설치한다. 국경도로 위에도 에코브리지를 놓는 유럽의 경우 다리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는 건 물론 목조 방음벽을 세워 차량 소음과 불빛을 방지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정부가 내년까지 백두대간 주요 국도에 10개의 생태 이동통로를 더 개설한다는 소식이다. 국내의 생물 종수는 환경오염에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급속히 줄고 있다. '세계자원보고서 2000∼2001'(유엔환경계획 외)에 따르면 1만㎢당 야생동물 종수가 95종으로 조사대상 1백55개국중 1백31위였다. 상황이 이런 만큼 생태계 단절 우려가 있는 신규 도로건설 지역엔 이동통로 설치를 의무화한다고도 한다. 실제 경의선 복원및 도로 연결구간과 서울 월드컵공원 일대에도 생태통로를 설치했다. 늦게나마 생태통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다행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효를 거두도록 하는 일이다. 지난해 강원도 구룡령에 만든 이동통로가 바로 옆 휴게소의 불빛과 소음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거니와 경의선 복원지역내 생태다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쪼록 설치지점의 특징및 목표종의 특성에 대한 조사및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