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부터 적자재정을 보전하기 위한 국채발행을 중단하는 한편 재정집행 기조를 경기부양에서 경기중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가 당초 목표대로 내년부터 균형재정을 이룩하겠다는데 대해선 원론적으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재정집행을 경기중립적으로 하겠다는 방침도 일부 경기과열이 우려되는데다 올해 선거를 잇따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재정건전화의 당위성 자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추진과 실업대책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국채규모만 해도 벌써 28조원에 이르고 있는데다,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의 회수가 기대보다 부진한 탓에 국채원리금 상환이 본격화되면 재정압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굳이 언제라고 시기를 정할 필요 없이 재정건전화를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균형재정 기조를 앞당기려는 정부의지는 이해하지만 실제로 균형재정 달성이 가능하느냐는 것은 낙관할 수 없다. 올해 두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재정수요가 급팽창할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현재로선 내년 경기전망 자체가 어려운데다 지난해말의 소득세·법인세율 인하조치,공기업 민영화 추진에 대한 노조의 강한 반발 등으로 인해 내년도 세수가 올해보다 9% 정도 더 걷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볼 때 관계당국이 지금 시점에서 내년 균형재정 달성을 너무 내세우는 것은 자칫 선거를 의식한 정치논리로 오해받을 소지마저 없지 않다. 그렇다고 균형재정 달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균형재정 그 자체가 아니라 정책목표 달성이 얼마나 효율적이냐는 점이기 때문이다. 불요불급한 예산지출은 당연히 없어야겠지만,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는데 필수적인 공공투자마저 마구 삭감하면서 국가채무를 줄이고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극단적인 경우 그같은 목표달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막대한 국가채무를 고려할 때 균형재정 달성시기는 빠를수록 좋지만,그렇다고 재정운영을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예산당국은 그때그때 경기상황 변화에 대응한 재정집행의 탄력적인 조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