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한 워크숍에 참석한 아벨 마테우스 전 포르투갈 중앙은행 부총재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과제의 하나로 '키보(Kibor)금리' 도입을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Kibor 금리는 'Korea inter bank offered rat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한국(좁게는 서울) 시중은행간의 금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외환거래의 국제기준이 되는 새로운 금리지표다. ◆Kibor 금리 논의 배경=일단 실현 가능성을 떠나 Kibor 금리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동아시아 지역내의 국가간 금융협력을 위해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통화스와프협정 체결,아시아 단일통화 도입 등을 논의해 오는 과정에서 한국은 중간자 혹은 균형자(balancer)의 위상을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오는 10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아세안+한·중·일'간 재무장관 회의에서 준IMF체제가 출범될 예정이다. 준IMF체제란 공식적인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내에서 활동하는 '아시아판 IMF'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는 런던 시중은행간 금리인 리보(Libor)금리를 적용해 왔다. 최근까지도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리보금리에 자금조달 기업의 위험요인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로 잡는 것이 국내기업들의 보편적인 관행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유로화가 정착되고 미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 런던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도 많이 변하고 있다. 요즘은 유로랜드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리보금리뿐 아니라 유로랜드내 시중은행간 금리인 유리보를 사용한다. 또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3개월 재무부 증권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를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이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갈수록 이런 변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의 전제조건=Kibor 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한국 외환시장이 최소한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특히 Kibor 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외환금리 체계(interest system)에서 기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 Kibor 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전제조건을 토대로 국내 외환시장 여건을 점검해 보면 Kibor 금리가 당장 도입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한국 외환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외환규모는 약 20억∼30억달러에 그쳐 실질적으로 아시아 외환시장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편성 측면에서도 기존의 도쿄나 싱가포르 홍콩 외환시장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의 정책과제=앞으로 Kibor 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한국 외환시장의 거래규모부터 늘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외환시장의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층적(中層的)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 중에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원화의 국제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특히 원화의 국제화 문제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단일통화 도입과정과 조만간 출범할 준IMF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Kibor 금리 도입방안은 당장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한국 금융시장이 최소한 아시아 금융센터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검토돼야 할 문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