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우리나라 수출이 14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하면서 오랜 침체에서 벗어났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잠정 집계한 4월중 수출입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수출은 1백32억9천2백만달러로 지난해 4월(1백21억2천1백만달러)보다 9.7% 증가했다. 주력 수출제품이 골고루 호조를 보인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세 반전은 지난해 3월부터 수출이 급감한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며 경기회복과 맞물린 본격적인 회복세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수출 전망과 기업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열고 당면과제들을 짚어봤다. 이번 좌담회에는 김재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이수철 삼성물산 부사장, 민은기 동성교역 사장,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가 참여했으며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았다. [ 참석자 ] 김인철 < 성균관대 교수 > 김재현 <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 민은기 < 동성교역 사장 > 이수철 < 삼성물산 부사장 > 현오석 <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소장(사회) < 가나다 순 > ----------------------------------------------------------------- △ 현오석 소장 =4월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됐다. 수출 동향부터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으면 한다. △ 김재현 실장 =지난해 3월 감소세에 접어들어 지난 2월까지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던 수출이 올 3월에는 한자릿수 감소율로 줄어든데 이어 4월에는 9.7%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됐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 LCD모니터 자동차 수출이 계속 호조세를 보이고 일반기계 석유화학제품도 호전되고 있지만 철강 섬유는 아직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출회복세가 물량이 늘어서가 아니라 주로 반도체 LCD 석유화학제품의 단가상승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 민은기 사장 =우리나라의 전체적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사실이다. 그러나 폴리에스터 업계는 회복 조짐을 못느끼고 있다. 폴리에스터 업계는 올들어 전년동기 대비 10%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 원인은 중국이 추격해 오기 때문이다. 중국는 99년까지 폴리에스터를 수입 대체한 뒤 2000년부터 중남미 중동 러시아 등에서 한국 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가격경쟁력에서 30% 차이가 나고 현장노동자의 인건비 차이가 20배 정도에 이르고 있다. △ 이수철 부사장 =수출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IT(정보통신)관련 수출은 3월부터 회복세이며 반도체 LCD는 수요가 폭발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 반면 철강 화학 직물 의류 등 전통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 중국은 호조를 보이는데 일본은 1.4분기에 30% 감소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 김인철 교수 =미국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받쳐주고 있는데 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회복에는 불안요소가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경상적자가 GDP의 4% 수준에 달하고 있다. 수출증가가 물량이 늘어서라기보다 단가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수요가 감소될 경우 다시 반락할 가능성이 있다. △ 현 소장 =하반기 수출전망은 어떠한가. △ 김 실장 =2.4분기부터 수출이 회복에 접어든다고 보고 하반기에는 두자릿수의 증가율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세계경제 성장률도 작년보다는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되며 주요 품목의 단가도 상승추세에 있다. 그러나 세계적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이나 국내 노사관계 불안, 중동 정세 등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이 부사장 =중동사태와 노사문제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복잡한 정치일정이 원만히 해결되면 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미국경기 회복이 금년 하반기 수출회복에 직결된다. △ 현 소장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해 보자. 최근 경기조절론이 대두되면서 경제정책이 인플레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 않느냐는 인상을 주는데. △ 김 교수 =금리인상 문제와 직결될 텐데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에 부담주고 수출에 지장줄 수 있다. 우리 경제는 미국의 통화정책이나 주식시장과 연결돼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생각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인상을 검토할 수는 없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미리 얘기하는 것은 충격을 완화하고 사람들이 절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괜찮은 수단이라고 본다. △ 현 소장 =최근 무역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 수출 채산성이 4% 개선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최근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민 사장 =전통산업인 섬유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 가운데 하나로 가격에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환율은 중요한 변수로 달러당 1천3백50원 정도를 유置蠻寧?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이 잘 되어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환율이 떨어지고 섬유업계는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 현 소장 =전통산업 등 산업 전반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한 대응책은 없나. △ 김 실장 =전통산업은 중국 동남아 등 개도국과 경쟁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품질과 기능을 높이고 브랜드를 양성해서 선진국 상품과 경쟁하는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별로는 미국이나 일본 등 주력시장은 틈새시장을 개척하는데 중점을 두고 중국이나 동남아와 같은 성장 유망시장에 대해서는 플랜트나 기계류를 중심으로 시장선점전략을 펴야 한다. △ 이 부사장 =우리 수출상품이 일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에서 올해 9.5%로 줄었다. 반면 중국상품은 2000년 14.5%에서 올해 16.5%로 높아졌다. 엔화가 약세기조를 유지하니까 단순 가격경쟁하는 상품은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일본시장에 맞는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민간차원에서 얘기되고 정부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도 빨리 체결되는게 유리하다. △ 김 교수 =우리 수출을 인터넷과 연결해 부대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관리를 철저히 하면 선진국 유럽 미국 중국 등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만나본 국내 수출업자들은 세대가 젊어지고 자신감을 갖고 있다. 외국인들을 겨냥한 '눈높이 수출' 자세를 가지면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된다. △ 현 소장 =수출은 국가 경쟁력의 '바로미터'지만 우리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끼어 있는 형편이다. 중장기적인 대응방안은. △ 김 교수 =기업만 수출하는게 아니라 소비자 등 전 국민이 수출의 중요성을 알고 외국사람과 만나서 우리 상품을 알리고 통상마찰을 무마할 수 있는 자세를 갖는게 좋겠다. △ 이 부사장 =네트워크와 종합력을 갖춘 종합상사와 벤처업체 중기제품을 공동마케팅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또 플랜트 수출하면서 금융서비스도 제공하고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도 포함시키는 등 '복합수출'을 확대해야 한다. △ 민 사장 =전통산업에도 수출회복세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아직까지도 섬유가 노동집약적 산업이니 고도산업화로 가기 위해 다른 나라에 넘겨주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전통산업 종사자들은 복구 의지가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섬유산업을 IT와 동행발전할 미래산업으로 보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김 실장 =전통산업에 IT BT(생명공학) 등 신기술을 접목하고 패션 디자인 브랜드 등에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새로운 수출동력도 계속 개발해야 한다. 일류상품 개발노력을 계속해 2005년 이전에 5백개 품목을 개발하고 핵심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 현 소장 =최근 무역이 단순한 상품의 수출이 아니라 서비스 e트레이드 등 인프라를 포함한 복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무역전략도 보다 광범하고 체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