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연하의 남성 직원을 성희롱한 여직원들과 이를 방조한 회사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남성을 직장내 성희롱의 피해자로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은 물론 유사사건에 대한 소송.진정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5일 장모(28)씨가 "직장 여직원들의 성희롱 사실을 회사에 호소했다 부당 해고됐다"며 의류업체 B사와박모(40).김모(35)씨 등 이 회사 여직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모두 3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회사는 장씨의 해고를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등이 갓 입사한 후배 장씨를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만지는 등 의도적으로 접촉하고 '영계 같아서 좋다' '얘는 내꺼' 등 단순 농담을 넘은 성적 언행으로 장씨에게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해 인격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회사는 사용자로서 박씨등의 성희롱을 막을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더러가해자에 대한 징계 및 피해자 불이익 방지 등 개선책을 신속히 실시하지 않고 오히려 성희롱을 방치하고 장씨의 퇴직을 유도하는 불공평한 방법으로 직장의 질서를 유지하려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은 조숙현 변호사는 "이 회사의 경우 대다수가 여직원인데다 박씨등이 연상이어서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며 "성희롱이 단순한 남녀간의 성적 문제가 아니라 우월한 지위에 있는 쪽이 다른 쪽을 억압하는 수단이며, 경우에 따라 남성도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 것이 이번 판결의 의의"라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 2000년 B사에 입사한 뒤 박씨등의 성희롱이 계속되자 작년 3월 회사 간부들을 찾아가 피해사실을 호소했으나 오히려 '사내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사측의 신고로 관할 파출소에 연행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사측의 위협으로 사표를 낸 뒤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