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상태에서 검찰조사를 받고있는 최규선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으나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껴 검찰의 속을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대통령 3남 김홍걸씨에게 금품을 수시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홍걸씨 소환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검찰로서는 최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바짝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로 일관했던 최씨는 검찰조사에서는 예상 밖으로 상당히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씨는 국내외 유명 인사들과의 친분 및 자신이 그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자신이 국가를 위해 얼마나 힘을 썼는지 등에 대해 '자기과시성'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게 수사팀의 전언이다. 그는 스티븐 솔라즈 전 미 하원의원과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교수, 마이클 잭슨 등과의 관계를 자랑하면서 IMF 위기 때 3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는 점 등을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때는 지나치게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해 수사속도가 떨어지자 수사팀 일부에서는 최씨를 일단 구치소에서 소환한 뒤 장시간 조사를 하지 않고 혼자 둬서라도 '버릇'을 고치는 게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 최씨는 그러나 자신에게 불리한 대목에 이르면 태도를 180도 바꿔 극도로 말을 아낀다는 것이 수사팀의 설명. 수사팀 관계자는 "최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대목에서는 입을 닫아 버린다"며 "말을 잘못 했다간 범죄혐의를 노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홍걸씨와 관련한 부분에서도 이중적인 진술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홍걸씨와의 관계, 홍걸씨에 있어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털어놓고 있으며, 그에게 돈을 준 것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돈의 성격과 출처 등에 대해서는 "그냥 편하게 쓰라고 준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할 뿐 아니라 "주식거래 알선 등을 통해 얻은 떳떳한 돈이지 이권개입 대가로 받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최씨는 그러나 구속 이후 이권개입 대가로 받은 돈의 일부를 준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집요한 추궁이 계속되자 일부 심경변화를 일으켜 다소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최씨가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돈의 출처를집중 추적하는 한편 최씨를 상대로 홍걸씨에게 돈을 준 명목을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홍걸씨 소환 문제는 판단의 문제"라며 "언제 부를지 여부 등은 지금까지 최씨 등으로부터 확보한 진술과 정황을 종합 판단해 최종 결정하겠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