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시민 1백여명이 시위를 벌였다.당 서열 2위인 리펑(李鵬)전인대 위원장이 표적이었다. 시위대는 "리 위원장의 장남 리샤오융(李小勇)이 저지른 비리로 피해를 봤다"며 "리 위원장이 책임지라"고 소리쳤다.'파룬궁(法輪功)시위'가 벌어지면 득달같이 달려오던 경찰들도 이날은 시위대를 저지하지 않았다.


리샤오융 비리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는 무장경찰 산하기업인 캉다(康達)무역공사에 신궈다(新國達)지분 5%를 매입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1백20만위안(약 1억9천만원)의 뇌물을 챙겼다.


권력형 비리다.


이 사건에는 고위간부 자제 상당수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고위간부 자제들은 흔히 태자당(太子黨)으로 불린다.


그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정치 경제 등 전 분야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태자당이 활개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다.


당시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를 둘러싸고 있던 신진 정치세력들은 학생민주화 운동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을 화나게 했다.


덩은 "당성이 강한 혁명 원로 자제에게 우리의 희망이 있다"는 말을 던졌다.


신진 세력을 견제하려는 뜻이었다.


이를 계기로 태자당들은 부친의 이름을 팔며 정계에 진출,승승장구했다.


일부는 외국기업의 돈을 받아 해외유학을 떠났다.


해외 유학에서 돌아온 그들은 기업을 차려 부를 움켜쥐기도 했다.


'사업을 벌이려면 태자당을 잡아야 한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지금 태자당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혁명 원로 자제'라는 이미지 대신 '부정부패,비리의 주인공'이란 인식이 더 강하다.


재판 중인 위안화(遠華) 밀수사건에 태자당 이름이 줄줄이 흘러나오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베이징의 한 택시운전사에게 "태자당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아버지 백으로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사람들"이란 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아들의 권력 비리 문제로 시끄럽다.


베이징 택시운전사의 말이 더 실감나게 들린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