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총경이 14일 비밀리에 홍콩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출국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최 총경은 지난 98년 경찰청이 최씨를 사기 등 혐의로 조사할 당시 특수수사과계장으로 조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최씨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총경의 돌연 출국으로 그가 최씨의 이권개입 의혹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최씨 부탁으로 청부수사를 했다는 최씨의 수행비서였던 천호영(37)씨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천씨는 최 총경이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에게 4억원을 빌려준 의혹을 받고 있는건자재업체 S사 유모 이사가 최씨와 홍걸씨에 대한 돈거래 소문을 떠들고 다닌다는이유로 최씨로부터 청부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최 총경이 최씨로부터 모 병원장이 연루된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무마 청탁을 받고 비리를 덮어줬다는 주장도 나왔고, 지난 12일에는 최씨의 검찰조사를 앞두고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최 총경이 회의참석 사실이 알려진 직후 출국한 것은 최씨와 비정상적인 거래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분석이다. 처음엔 조사자와 피조사자 관계로 만났지만 최씨가 무혐의로 풀려난 뒤 가까워지기 시작해 급기야 서로의 `뒤'를 봐주는 사이로 발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 총경이 총경으로 승진한 것도 최씨가 힘을 써서 가능했으며, 최 총경은 "최씨가 경찰청장 다음으로 높은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천씨는 주장했다. 지난달말 최씨 비리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최 총경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도 그가 무사히 출국한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최 총경은 지난 11일 "청와대를 다녀오겠다"며 사무실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날은 대책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이자 최 총경이 출국하기 이틀 전이다. 뒤늦은 출국금지 조치로 수차례 도마에 올랐던 검찰은 이번에도 뒷북을 쳤다는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최 총경을 출국금지하는 과정에서 출국사실이 확인됐다"며 "그 전에는최 총경의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출금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