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회원국들은 9일 이라크의 시한부 석유수출 금지가 전날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 조치동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금수로 인한 공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즉각 산유량을늘릴 의향도 없음을 밝혔다. 미국과 유럽에 석유를 많이 수출하는 이라크는 현재 하루 생산량이 196만배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급등했던 유가는 9일 약세로 돌아서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이 26.42달러로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27.02달러에 거래됐다. 이란 대통령 보좌관인 아타올라 모하제라니는 이란 관영통신 IRNA에 이란이 이라크의 석유수출 금지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국가에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랍권의) 다른산유국들이 동참할 경우에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석통들은 이란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OPEC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석유 금수에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음을 상기시키면서 OPEC 차원의 `석유 무기화'가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의 알리 알-누아이미 석유장관은 9일 런던에서 발간되는 알-햐얏트 신문회견에서 "서방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석유를 무기로 쓰자는데 사우디가 반대한다"고 못박으면서 "국제석유시장의 수급 안정을 유지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말했다. 사우디는 그간 석유 공급이 부족할 경우 이를 `조용히' 보충하는 정책을 취하곤 했다. 쿠웨이트의 에사 알-쿤 석유차관도 "현시점에서 석유를 무기화하는 것이 아랍의결속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걸프협력협의회(GCC) 경제에도 해가 된다"고 말했다. 카타르도 이날 석유수출 금지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OPEC는 지난 73년 석유 금수를 단행해 국제시장에 쇼크를 가한 바 있다. 이후 서방 석유 소비국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를 결성해 유사시를 대비한 석유 비축에 만전을 기해왔다. IEA는 유사시 이라크의 4년 생산분에 해당하는 40억배럴의 비축유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워싱턴 페트롤럼 파이낸스사의 오만 소재 분석가 모하마드 압둘 자바르는 "아랍산유권이 함께 석유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면서 "처음부터 석유금수 카드를 사용할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금수에 호의적인입장을 보인 이란과 리비야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현재로선 관건이라면서 그러나 양국이 현실적으로 석유 금수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OPEC는 그러나 이라크의 수출 중단으로 인한 공급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즉각증산에 돌입할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빈 소재 OPEC 사무국 관계자는 이라크가 수출하는 석유가 전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OPEC가 즉각 행동할 이유가 없다"면서 따라서 "시장이 불안해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 대변인도 세계 석유시장에서 이라크가 차지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