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북동부 말루쿠 주도 암본 도심번화가에서 3일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최소 50여명이 숨졌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말루쿠 소재 기독교와 이슬람교 대표가 3년간 계속된 양측간 무력 충돌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유혈 사태가 발생해 종교 분쟁 재연 가능성이 우려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차량에 탑승한 괴청년들이 이날 낮 12시(현지시간)께 교통이 혼잡한 도심 암보이나 호텔 부근 도로에서 폭탄을 투척, 행인 4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주민들은 주정부 당국의 최근 거듭된 치안 보장 약속에도 불구,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극도로 분노한 나머지 주정부 청사 건물로 몰려가 돌과 화염병을 던져 건물전체를 불태웠다. 경찰은 공포탄을 쏘며 청사 건물 주변에 몰려있던 주민들을 강제 해산시켰으며이 과정에서 시민 5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암본 소재 하울루시 종합병원과 말루쿠기독교 병원 등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인 검거를 위해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물 파편을 수거, 성분 검사를 의뢰하는 한편 목격자들을 상대로 괴한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으나 기독교 주민들은 과격 이슬람교도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함자 하즈 부통령은 이날 오후 말루쿠 폭탄 테러 사건을 보고받고 "암본은 경찰에 의해 질서를 되찾고 있다.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범인을 반드시 색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말루쿠는 지난 99년 1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버스 요금 시비를 계기로 종교 분쟁이 발생, 지금까지 9천여 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유혈사태를 피해 인근 술라웨시나 자바 지역으로 피신했다. 양측은 지난 2월 술라웨시 말리노에서 정부 관계자가 입회한 가운데 평화 협정에 서명, 모든 불법 무기를 자진 수거하고 외지로 피신한 난민들의 안전 귀향을 보장키로 합의한데 이어 암본에서 이틀 간 평화행진을 가졌다. 그러나 종교 분쟁을 촉발시킨 배후 세력으로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지인 출신의 과격 이슬람 무장 단체 라스카르 지하드(聖戰軍隊)는 말루쿠를 떠나라는 당국의 지시를 거부, 평화 정착 가능성을 위협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