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영화 대표작들이 TV를 통해 방송된다. EBS TV의 '한국영화특선'(일,오후 10시)은 '한국영화 거장감독 3인3색'이라는 제목으로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사진),김기영 감독의 '하녀',신상우 감독의 '꿈'을 오는 7일부터 매주 한편씩 방영한다. '한국영화 거장감독-3인3색'은 한국영화 마니아들을 비롯해 많은 시청자들이 끊임없이 방영을 요구해 기획된 것이다. 제작진은 오랜 시간동안 판권 확보와 텔레시네(영화 필름을 방송용 테이프로 옮기는 것)작업을 실시해 왔다. 7일 방송되는 '오발탄'은 영화 원판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개봉당시 제7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됐던 영문판을 1975년에 복원한 것으로 국내에 하나 밖에 없는 귀한 필름이다. 이번 방송에서도 영문자막이 삽입된 상태로 내보낸다. 한국영화 걸작중의 하나로 꼽히는 '오발탄'은 이범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유현목 감독 특유의 작가의식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흥행을 노린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해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와 제작진들이 거의 무보수로 일해 약 13개월만에 완성됐다. 1961년 5월 국제극장에서 개봉됐지만 곧바로 5.16이 일어나 상영이 중단됐다. 당시 군사정권이 실향민인 주인공의 노모가 환청에 시달리며서 '가자,가자'라고 외치는 장면이 마치 북한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상영을 중단시켰던 것.하지만 1963년 다시 상영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녀'(14일)는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이다. 김 감독의 영화 세계는 보통 '마성의 미학','그로테스크 리얼리즘' 등으로 표현되는데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영화 학도들 사이에선 한국 독립영화의 선구자로 통한다. '꿈'(21일)은 신상옥 감독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특히 최근에 판타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꿈'은 한국영화사에서 판타지 계열에 속하는 몇 안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