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정기 주주총회가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하이닉스는 28일 오전 10시5분께 경기도 이천본사 아미문화센터에서 제54기 정기주총을 열고 2001년 재무제표와 이사보수 한도 승인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미국 마이크론으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성토와 질타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안건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출석주주.주식수 보고, 박종섭 대표이사 사장 인사말, 감사보고 및 영업보고가끝난 후 발언권을 얻은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에게 마이크론으로의 매각협상 또는독자생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 50대 소액주주는 격앙된 목소리로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지원하는 매각조건이라면 하이닉스는 충분히 독자생존할 수 있음에도 매각을 강행하는 것은 헐값매각이자, 매국행위"라며 "박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은 아직까지 분명히 합의된 것이없고 사인(SIGN)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며 "지금보다 더 좋은 안이 나와야 협상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론으로의 매각은 주주들의 몫"이라며 "채권단이 아무리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주주들이 반대한다면 매각이 성사될 수 없다는게 하이닉스 경영진과 이사회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또 독자생존 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소액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독자생존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라며 "순수한의미의 독자생존은 어렵지만 채권단의 부채 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진다면가능하다고 본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의장 오필근)를 포함한 7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직접 참석, 오전 내내 매각협상에 반대하는내용으로 적극적인 질문공세를 폈다. 연합회 소속 소액주주들은 특히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한 소액주주가 "매각협상반대는 그만 이야기하자"고 말하자 서로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붓는 등 장내가 일순소란을 빚기도 했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정식 안건처리가 끝난 뒤 D램 메모리사업 부문 매각을 반대하는 긴급안건을 주주제안 형태로 상정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제안서에서 "회사의 핵심부문인 D램 메모리사업 매각협상으로 시설투자가 지연되고 종업원과 협력업체는 불안에 떨고 있으며 반도체가격 상승으로 정당하게 평가돼야 할 주가는 폭락하는 등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커다란 손실과 불행을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그러나 주주제안은 6주 전 전체 주식의 1.5%를 보유한 주주들이 행사할수 있는 것이어서 이번 주총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총에 대비, 의결권 위임 등 조직적인 준비를 벌여와 오전10시 현재 주총에 참석한 것으로 집계된 의결권있는 주식수가 전체 발행주식(10억1천100만주)의 55.9%인 5억6천만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