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경기회복세를 타고 영업실적이 크게 증가하는가 하면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채용도 늘리고 있다. 새로 한국에 상륙하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본사 개발연구(R&D)센터를 한국으로 옮겨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외국기업들은 아예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센터로 성장하려면 투자환경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하고 있다. 외국기업, 한국진출 급증 =IMF 관리체제로 들어선 1998년 한국내 외국인 투자 기업 수는 5천1백39개사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1만1천5백15개사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이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뚜렷한 경기회복 추세를 보이는 데다 투자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세계 5백대기업(미국 포천지 선정기준)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백97개사가 한국에 진출했다. 미국이 66개사로 가장 많고 일본 54개사, 네덜란드 20개사, 독일 15개사 등의 순이다. 엑슨, GM, BP, GE, 미쓰비시 등 5백개사중 10위권내 기업은 모두 상륙했다. 이들 1백94개사의 한국 투자금액은 1백41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투자금액의 81%는 1990년 이후 집중적으로 들어 왔다. 프랑스의 대형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13억달러, 미국의 코카콜라가 12억달러 등을 투자했다. R&D 센터까지 이전 =최근 세계 굴지의 엘리베이터 업체인 오티스는 경남 창원 소재 합작법인(LG오티스)의 중앙연구소를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로 승격시켰다. 오티스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는 본사가 있는 미국 외에는 독일 일본 스페인 등 3곳에만 있었다. LG오티스 관계자는 "최첨단 엘리베이터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핵심기지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며 "중앙연구소는 세계 각 지역의 현지법인이 필요로 하는 각종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개발된 기술을 현지법인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하니웰도 한국하니웰을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로 지정했다. 1998년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부문을 인수해 진출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본사의 R&D 센터를 한국으로 이전했다. 이밖에 루슨트테크놀러지 모토로라 쓰리엠 등도 한국법인에 연구소및 디자인센터를 개설했거나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우수한 기술인력을 활용, 급부상하는 중국등 세계시장을 겨냥하겠다는 포석이다. 영업실적 급증 추세 =1990년 상륙한 일본의 소니는 지난해 매출액이 6천억원대에 달했다. 1998년 1천억원대에서 무려 6배나 증가했다. 소니코리아를 설립해 디지털 캠코더, 프로젝션 TV,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한국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컴퓨터시스템과 프린터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HP는 지난해 매출액 규모가 1조5천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HP의 해외법인들중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본사인 HP와 PC 업체인 컴팩의 합병안이 최근 주총에서 통과돼 한국내 매출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컴팩과 합병되면 지난해 14%였던 HP의 한국내 스토리지(데이터 저장.분류용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은 20%를 웃돌 전망이다. 같은 스토리지 업체인 한국EMC의 매출액도 EMC의 전세계 해외법인들 가운데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법인의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외국기업 수도 늘고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 독일의 바스프, 미국의 모토로라 등은 이미 2000년 매출액이 각각 3조원, 1조2천8백억원, 1조1천4백48억원에 달했다. 뜨거운 인력채용 열기 =온라인 채용사이트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최근 1백25개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을 확정한 63개사의 채용 규모는 7천1백14명으로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외식으로 12개사에서 3천4백2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인들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신규 점포개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유통업 관련 10개사는 총 2천6백71명의 채용계획을 확정지었다.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되면서 외국계 정보통신업체들의 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 업종 12개 관련기업은 지난해 4백95명을 모집했으나 올해는 33.3% 증가한 6백6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제약 4개사는 1백43명, 석유화학 3개사는 43명을 뽑을 계획이다. 사업환경 더 개선해야 =외국기업인들은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센터로 성장하려면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2002 한국 비즈니스환경'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싱가포르 홍콩 도쿄 상하이 등에 비해 사업환경이 뒤진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화, 노동시장 유연성, 출입국 관리, 외환거래, 국가이미지 등 5개 항목평가에서 꼴찌 점수를 줬다.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은 "한국의 지리적 위치와 시장잠재력을 고려할 때 사업환경을 개선하면 2~3년 내로 20~50개의 다국적기업이 본부를 한국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