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안심하기엔 복병이 너무 많다. 엔저와 일본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반테러전쟁이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을 뽑는 양대 선거는 경제정책의 방향감각을 상실시킬 수 있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 심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선거정국을 틈타 이익집단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공산도 크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5대 복병을 점검한다. # 미국경제 회복 강도=세계경제의 축이자 우리나라 제1의 수출대상국인 미국. 미국 경기가 언제, 얼마나 빨리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 경기의 명암도 엇갈리게 돼 있다. 다행히 미국경제는 올들어 대부분 지표가 개선되면서 조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재고가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동반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고량은 작년 3.4분기에 6백20억달러 감소한 데 이어 4.4분기엔 1천2백억달러 줄어들었다. ISM 제조업지수는 작년 12월 48.1에서 올 2월 54.7로 회복됐고 비제조업지수는 50.1에서 58.7로 반등했다. 실업률은 작년 5.8%에서 5.5%로 내려앉았다. 그린스펀 미국 FRB의장은 "미국 경제가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2월27일),"경기회복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이런 낙관론에 기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전 0.7%에서 1.4%로 두배나 올려 전망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회복된다해도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주장. 기업 신용불안, 과도한 가계부채 등에 따른 소비둔화 가능성,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등이 제약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소매매출 증가율이 월가의 기대치 0.9%에 크게 못미치는 0.3% 그친 것이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일시 회복한 후 재차 둔화되는 더블-딥(double-dip)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낮은 저축률, 높은 가계부채,기업회계 문제 등 미국경제에는 부정적 요소들이 많아 경기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금융위기 가능성=일본이 97년 한국 꼴이 난다면? 아시아 제1의 경제대국 일본이 무너질 경우 그 충격은 예상치 못한만큼 두려운 일이다. 한동안 세계 금융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3월 위기설"은 일단 가라앉는 분위기다. 위기설의 근원은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실채권문제에 있었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지난해 9월말 현재 35조7천억엔이었고 부실채권 비율은 무려 7.4%에 달했다. 금융기관들은 또 주가폭락으로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급증했다. 결산을 앞두고 대대적인 여신회수와 주식처분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는 기업 자금사정 경색과 금융시장 붕괴로 귀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 지난 2월 27일 일본정부가 디플레 종합대책 등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금융기관 부실채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의 금융불안은 만성화,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산업은행 보고서)는 의견이 강해 위기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작년 12월 이후 계속된 엔저 현상은 우리 나라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물가 성장률 수출 등 거시변수들이 일제히 흔들리게 된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백30엔대. 원.엔환율은 1백엔당 1천12원 수준이다. 엔화환율은 일본정부가 의도적인 엔저정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 연중 내내 이 수준 이상을 유지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환율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지 주목된다. # 국제유가 급등=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최고치인 배럴당 25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올들어 상승폭만도 30%정도에 달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연장키로 했는데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OPEC 회원국들은 경기회복세가 가속화될 경우 현재 배럴당 25달러선인 유가가 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우리나라 물가는 0.17%포인트가량 상승하는 연관관계에 있다. 유가상승 등에 따른 기업 채산성 악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 인플레 기대심리=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매매가격 급등현상이 당장 전면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중대한 영향을 줌으로써 장기적인 물가안정기조를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정부가 인근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 등의 조치를 취하면?일시적으로 매매가가 안정되기도 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주변의 강남지역 및 강북, 그리고 분당 일원으로 확대되는 등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향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부동산가격의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선거정국과 이익집단 난립=지자체장 선거,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경제정책의 방향이 선심성 정치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개혁도 방향타를 잃고 표류할 수 있다.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공공노조의 파업이 증가하고 이익단체들의 단체행동은 극심해질 전망.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외국인을 비롯한 경제주체들 사이에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대두될 수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