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도 봄 기운이 완연하다. 메릴린치와 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은 1.4분기 중 미국 GDP 성장률이 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도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들이다. 유럽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고 중국은 WTO가입과 올림픽 특수로 지속적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암초들도 많다. 일본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도 해결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IMF는 부실채권 8천억 달러어치를 지고 있는 일본 금융권의 불안,달러화의 과대평가,미국의 저조한 저축률,국제 테러 위협 등을 세계 경제의 4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미국=지난 2년간 미국경제는 신경제 버블의 붕괴,에너지 가격 급등,911 테러,엔론 파산 등으로 타격을 입으며 후퇴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꾸준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최근 각종 경제지표는 불황탈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계는 1년6개월간의 위축세를 벗어나고 있다. 전미구매자협회가 발표하는 ISM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10월이후 15포인트 올랐다. 80년대 초 경기 후퇴이후 단기적으로는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내구재 주문 등 다른 선행지수도 건실해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실업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따라 모건스탠리와 도이치방크 등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1.5%p 정도 상향조정,4~4.5%대에 이를 것으로 수정,전망했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불황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선 경기 후퇴기에도 소비수요는 건실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추가수요가 많지 않다. 미국 가계의 부채비중이 가처분소득의 15%에 달하는 것도 경기회복세를 짓누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는 지난 4개월간 꾸준히 상승했던 경기선행지수가 2월에는 112.4에 머물러 경기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IMF는 일본경제를 세계경제의 가장 큰 뇌관으로 보고 있다. 8천억 달러에 달하는 부실채권이 주범이다. IMF는 일본은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내년에도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에 희망적 지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에 대한 기조판단을 2000년 6월이후 1년9개월만에 처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이와 종합연구소도 1-3월 경기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GDP 성장률도 올해 0.4%를 기록,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미국 한국 등의 경기회복과 엔화 약세로 수출감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생산활동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설비투자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2월중 본원통화량 전년동월비 27.5% 급증해 74년 이래 최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통화공급 확대는 디플레 해소와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의 주가부양에 따른 증시의 상승은 국채금리 하락과 엔화 강세라는 금융의 선순환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신중론은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근거로 든다. 2월중 수출도 전년동기에 비해 4.2%나 감소했다. 경기가 주기상 바닥을 쳤다고 해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V자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올해도 7%대의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빈곤한 구매력과 부실 국유기업,후진적 금융시스템,높은 실업률 등 체제 비효율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4분기 성장률은 6.7%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수출 증가율도 6.7%에 그쳤다. 이후 미국경제의 회복기운을 타고 올해 중국 1,2월 수출은 14% 늘었지만 같은기간 소매매출은 평균 8.5%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2001년에 비하면 10%나 줄어든 것이다. 역시 낮은 구매력이 문제로 지적된다. 도시인구 평균 소득이 7백60달러에 불과하며 연평균 소득이 3천6백달러를 넘는 도시인은 불과 10% 안팎이다. 실업도 문제다. 공식 집계된 실업자만 6백81만명이며 여기에 구직자 5백15만명은 포함돼 있지 않다. 농촌에는 1억2천만명의 잉여인력이 있다는 통계치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경제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부터 WTO정식 회원국이 됨에 따라 시장이 개방되고 각종 규제가 철폐됨으로써 성장률이 높아지고 외국인들의 투자확대가 기대된다. 중국의 산업구조도 전통 제조업 위주에서 IT 등 첨단산업 비중이 빠르게 증대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중국의 이동전화 인터넷 보급률이 각각 3.5%와 1%미만인 점도 수요진작의 요소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위한 SOC투자가 올해부터 시작돼 건설 관광 교통 광고 등 경기진작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유럽=유럽도 10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있다. 긍정적 조짐은 경기회복의 지표가 제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유로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 12개 국가의 2월 제조업지수(PMI)는 전달의 46.5에서 48.6으로 높아졌다. 아직 확장국면을 알리는 50선에는 못미치지만 10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것. 여기에 경기신뢰지수도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올랐으며 기업환경지수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의 경기회복이 눈에 띈다. 주요 민간연구소인 ZEW는 3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21포인트 뛴 71.2를 기록 2000년 7월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등은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 1% 미만에서 1.4%로 상향조정했다. 변수는 올해 6개국에서 대형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국이 과거와 같은 시장친화적 개혁정책을 확대하기 힘들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