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변호사 수 기준으로 업계 4위였던 법무법인 한미와 합병하면서 단번에 2위로 부상한 법무법인 광장(합병전 6위권)은 요즘 "대형화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합병후 소송 수임 건수가 그전에 두 법무법인이 각각 맡았던 소송건수를 합한 것보다 50% 가량 증가했다.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소송 업무에 강했던 광장과 기업 법률자문에 능됐던 한미가 결합하면서 기대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고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펌(법률회사) "몸집 불리기"는 올해에도 업계의 "핫 이슈"다. 대형로펌의 덩치키우기 공세에 위기를 느낀 중소형 로펌들이 합종연횡에 극적적으로 나서고있는 것이 두드러진 현상이다. 아직 합병에 뜻이 없는 로펌들도 변호사들을 대거 채용,독자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데 사활을 걸고있다. 우선 덩치가 커져야 이긴다=분할 매각이 진행중인 대우전자의 법률자문을 광장이 맡게된데는 뭣보다 이 로펌의 덩치가 크다는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천억원이 걸린 대형 거래인 만큼 전적으로 이 일에만 투입되는 변호사가 30명을 헤아린다. 임 변호사는 "합병전에는 한미나 광장 모두 수십명의 변호사를 일시에 투입할 역량이 없었다"며 "광장이 대우전자 인수합병(M&A) 건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대형화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법무법인 화백의 박영립 변호사는 "대기업들이 법률자문이나 소송을 의뢰할 때 첫째로 따지는 것이 로펌의 규모이고 다음이 변호사 개개인의 능력"이라며 "일정 규모가 안되면 아예 제안서를 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광장 케이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법무시장엔 "덩치=경쟁력"이라는 공식이 정립됐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은 올해 16명의 변호사를 새로 채용,변호사 수를 2백22명(외국 변호사 포함)으로 늘렸다. 광장과 태평양도 올해 15명 안팎을 뽑아 소속 변호사 수가 각각 1백37명,1백15명으로 불어났다. 작년 1월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친 세종도 10명의 변호사를 영입,변호사 수가 1백명을 넘어서게 됐다. 법무법인 충정이 올해 13명의 변호사를 선발한 것을 비롯,5~10위권의 중형 로펌들도 일제히 외형을 늘리고 있다. 추가 합병 일어나나=합병은 몸집을 불리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다. 따라서 선두그룹은 우위를 지키기위해 후위그룹은 따라잡지않으면 도태된다는 강박감때문에 끊임없이 합병유혹을 받는다. 당연히 경쟁에 뒤쳐진 중소형 로펌들 중심으로 합병논의가 활발하게 마련. 한 중견 로펌 관계자는 "합병을 전제로 몇몇 중형 로펌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성사되면 단번에 광장 태평양 세종 등 2위권 로펌과 견줄 규모로 큰다"고 말했다. 독자생존이 힘겹다고 판단한 상당수 소형 로펌들은 중대형 로펌에 흡수되는 고육책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두그룹의 대형 로펌들이라고해서 만만디는 결코 아니다. 광장측은 "특정분야에 강점이 있는 중.소형 로펌과 추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도 "지적재산권 조세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부띠크 로펌을 흡수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병이 말처럼 쉽지많은 않다. 대형로펌에 있다가도 뜻이 안 맞으면 "분가"해 따로 로펌을 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한 마당에 철학이 다른 두 로펌이 합치는게 꼭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개별 로펌들의 전문분야등에 대한 검증 명확하게 이뤄지지않은 상황에서 "거저 덩치키우기만을 능사로 알고 함부로 합칠 경우 시너지 효과는 커녕 불협화음만 낳게 될 것"이라는 합병반대론도 만만찮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대우같은 덩치만 큰 부실 대기업이 되느니 농심같은 견실한 중소기업이 되겠다(KCL 임희택 변호사)"며 성급한 대형화에 회의적인 변호사들도 적지않다. 우방의 윤호일 대표변호사는 "대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합병 논의가 무수히 일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합병 부작용은 치명적일수있기때문에 자체 인원 보강을 통해 점진적으로 대형화를 추구하는 로펌들이 실제론 더 많다"며 합병방식과 독자성장방식이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