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드디어 여드레만에, 코스닥은 아흐레만에 조정을 보이며 쉬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3월들어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조정은 오히려 단기 급등에 대한 심적 부담을 줄여주는 기제가 됐다는 견해가 많다. 증시 주변을 둘러보면 가장 큰 악재가 '많이 올랐다'는 점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조정이 가져다주는 휴식은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수금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과열지속'보다는 조정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단기 꼭지라고 보는 시각이 적을 만큼 조정이 오히려 심적 편안함을 주고 있다"며 "종목간 편중 없이 선도주 종목군이 다양화되고 있어 상승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종합지수 장중 900선 돌파 =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50포인트, 0.28% 낮은 887.48로 마감, 지난 8일 이래 처음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91.66으로 전날보다 0.92포인트, 1.01% 하락, 지난 7일 이후 처음 내렸다. 이날 종합지수는 장중 903.79까지 급등, 지난 2000년 3월 30일 이래 처음 9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지수도 94.04를 기록하며 94선을 돌파, 지난 2000년 10월 10일 94.94 이래 가장 높았다. 3월 들어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차익매물이 출회되며 약세로 마치긴 했으나 장중 매물소화과정이 견조하게 이뤄짐에 따라 낙폭은 크지 않았다. 특히 SK텔레콤,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대형 통신주들이 상승폭이 견지된 것이 장흐름을 긍정적으로 이끌었다. KTF는 차익매물이 약보합으로 마쳤고 LG텔레콤은 보합권을 유지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오는 4월 한국통신 민영화 추진이나 월드컵을 앞둔 무선인터넷 붐 조성 등이 통신주에 상승모멘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통신업종을 비롯해 은행, 증권, 종금 등 금융주, 의약, 섬유의복, 비금속광물 등이 상승했고 나머지 업종은 하락했다. 오후들어 주가 약세가 진행되면서 하락종목이 452개로 상승종목 349개보다 많았다. 이날 외국인은 359억원, 개인이 242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366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이 806억원, 종금이 226억원을 매도한 반면 투신은 767억원을 순매수했다. 거래량은 7억6,000만주로 지난 1월 30일 7억7,000만주 이래 가장 많았으며 거래대금도 5조4,360억원으로 나흘째 5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전날보다 0.25포인트, 0.23% 떨어진 110.50으로 마감, 나흘만에 하락했다. 시장베이시스는 플러스 0.19로 마쳤다. 프로그램 매도는 비차익 2,335억원을 중심으로 2,849억원이 출회됐으며 매수는 비차익 1,595억원을 위주로 2,435억원이 유입됐다. ◆ 성장과 물가의 조화 = 이날 시장에는 악재보다는 호재성 뉴스가 더해졌다. 이미 선반영된 부분도 있으나 대체로 국내외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론이 많았다. 주식시장 수급면에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차익실현을 마치고 시장의 강세흐름에 편승하며 이틀째 순매수한 것도 개선된 모습이다. 북미 반도체장비 수주출하(BB)율이 0.87로 6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보였고 반도체 가격 하락도 멈춘 터여서 수출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감도 여전한 상태다. 미국이 드디어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으로 선회할 만큼 경기회복세를 인정했고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를 벗어나며 4/4분기 3.7% 성장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V자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한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재정지출 확대와 통화당국의 금융완화조치가 경기급락을 막으면서 내수 위주의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내려져야 할 듯하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팀장은 "기관의 수급이 좋고 외국인 매도도 진정된 상태"라며 "지난해 4/4분기 GDP가 3.7% 성장한 것을 보면 성장률면에서 잠재된 모멘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월 이후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발동되는 국면에서 달러 환율도 강세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성장과 물가를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 기조를 점검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1/4분기 성장류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은행의 유동성 조절 착수 인식에 따라 금리가 한단계 레벨업되면서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충분한 인식이 요구된다. 물론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금리상승과 자금유입이 긍정적이다. 이날 기관이 차익매물을 내놓았지만 투신권이 이레째 매수하는 등 기관을 중심으로 한 수급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대신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금리가 급반등하면서 주식형 전환이 진행되고 미국 역시 뮤추얼펀드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등 수급이 여전히 좋다"며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 실적도 개선도 커 선발주와 후발주간 선순환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거래소의 대표적인 139개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3,470원에서 올해 5,000원으로 향상되고, 코스닥은 지난해 1,650원에서 올해 2,200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봤다. 실적이 좋고 차입금리가 낮은 상황을 감안하면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증가율은 5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 연구원은 "900선 시대를 앞두고 덜 오른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고배당 3월 결산법인, 1/4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수출 및 경기관련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