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문제를 일단 접어둔 채 핵무기 감축 방안을 논의했으나 법적 구속력 부여방안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고 미국의 한 고위 관리가 14일 말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핵무기 감축에 관한 "구체적 문서"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측이 요구하는 법적구속력 부여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이 이뤄지지 았았다고 이 관리는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파월과 이바노프 장관이 "핵무기 감축 문제를 논의하기에 더 좋은 장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양측이 오는 21~22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존 볼턴 미 국무차관과 게오르기 마메도프 러시아 외무차관 간의 회담을 통해 구체적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양측이 보유중인 장거리 핵탄두를 각각 1천700~2천200기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부시대통령은 당시 이를 위해 1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합의에 대한 명문화 방안과 감축 검증 방안 등이다. 양측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오는 5월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관련 협정이 서명될 예정이다. 파월 장관과 이바노프 장관은 이밖에 두 나라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이바노프 장관은 일부 대(對)테러 전선에서의 접근 방식에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NPR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바노프 장관은 파월 장관 및 이에 앞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회동뒤에도 이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의 내색을 비추지는 않았다. (워싱턴 AP=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