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중에는 단기간에 '싱글'에 입성한 사람들이 있다. 많은 골퍼들이 오르기 힘든 '싱글' 고지를 짧은 기간에 밟았기에 이들은 뭇 골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된다. 유시왕 삼성증권 경영고문(51)도 6개월 만에 '싱글'을 기록한 골퍼다. 79년 미국으로 유학을 간 유 고문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87년 여름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레슨은 받지 않았고 학교에서 만든 레슨교재 1권과 비디오가 유일한 '골프 스승'이었다. 연습은 9홀짜리 교내 골프장에서의 라운드와 저녁마다 집 뒤뜰에서 했던 30분간의 스윙이 전부였다.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던 것일까. 3개월 만에 90타를 깨고 그 해 겨울 한국에서 첫 싱글스코어(81타)를 냈다. "골프는 자기만의 스윙을 가져야 합니다.저는 과도한 몸 움직임을 절제하고 간결한 스윙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그래야 컨트롤이 잘되니까요.특히 임팩트 순간에는 양팔이 삼각형 모양이 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유 고문은 기존 레슨교습서에서 강조하는 '어깨 턴'은 별로 하지 않고 팔로만 스윙한다. 백스윙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단지 맞는 순간 클럽페이스가 볼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과 직각이 되도록 주력한다. 유 고문의 운동신경도 '싱글'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된 듯하다. 그는 농구 역도 탁구 테니스 축구 등 거의 모든 운동에서 수준급이다. 유 고문의 현재 핸디캡은 6이지만 언더파를 세 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 베스트스코어는 지난해 남수원CC에서 기록한 4언더파 68타. 그는 지난 96년 제일CC에서 첫 언더파를 칠 때까지 세 차례나 아쉽게 언더파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세 차례 모두 마지막 홀에서 몸에 힘이 들어가며 보기 또는 더블보기를 범해 실패한 경우다. 유 고문은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2백40야드에 달하는 장타자. 그래서 이글도 20여 차례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홀인원은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별로 연습을 안하면서 '싱글'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스윙이 간결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스윙이 간결하다보니 라운드 도중 조금만 샷이 이상해도 금방 바로 잡을 수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처럼 골프는 실력만으로 안되고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골프는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안될 때가 많고,미스샷을 냈는데 나무를 맞고 그린에 올라가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주식투자도 골프와 비슷하지만 그 운은 '기(技)'가 반드시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 스윙연습을 많이 해 두어야 운도 따라 스코어가 좋아지듯이 주식에서도 투자 종목 연구를 많이 해 둬야 행운을 잡을 수 있습니다.한 번 실수를 해도 이를 다시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식투자와 골프는 닮았다고 봅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