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에겐 MVP 안 주나요?" 한국여자배구의 간판 세터 강혜미(28.현대건설)가 팀 3연패와 함께 생애 첫 슈퍼리그 최우수선수상(MVP)에 도전장을 냈다. 어쩌면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번 무대에서 당당히 우승의 주연으로서 대접받고 싶다는 것. 야구가 투수 놀음이라면 배구는 분명 세터 놀음이지만 세터는 득점원이 아닌 `플레이메이커'인 탓에 상복하고는 거리가 멀다. 84년 슈퍼리그의 전신 대통령배 출범 후 여자 세터가 MVP를 받은 것은 88년 이운임(대농), 89년 임혜숙(현대), 92년 이도희(LG정유) 등 3번에 불과하다. 남자는 86년 김호철(현대), 89년 이경석(고려증권), 92년 신영철(상무), 96년이성희(고려증권) 등 4명. 공격 도우미로서 궂은 일을 다하지만 김호철, 이경석, 이도희 같은 세계적 스타가 아니라면 MVP 경쟁에 명함도 못 내미는 게 세터의 운명인 셈이다. 특히 강혜미의 경우 '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때 이도희의 후보로 대표팀에 들어온지 9년째이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선 준우승하고 세터상을 받는 등 세계에서도기량을 인정받지만 LG정유의 독주에 가려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여자부에서 현대가 3연패를 달성한다면 이번 만큼은 강혜미가 거듭되는불운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절정에 이른 실력과 함께 특정선수에게 쏠리지 않는 다양한 팀 공격패턴이 강혜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를 거론할 때면 구민정의 고공 강타와 장소연의 이동 속공, 이명희의 네트 플레이가 떠올랐지만 어느새부터인지 레프트 한유미와 센터 정대영 등 신진들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부쩍 높아져 팀컬러가 확 바뀌었다. 물론 현대의 자연스런 세대교체에는 강혜미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슈퍼리그에서 장소연, 2000년 슈퍼리그와 작년 V-리그에서 구민정이 각각 MVP에 선정됐다는 점도 10년만의 세터 MVP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달 14일 2년여 교제 끝에 자신의 열성팬과 결혼하는 강혜미는 "팀이 3연패를이루고 해체되지 않는 것이 희망이지만 가끔씩 MVP 생각도 나는 게 사실"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동해=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