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프협회에 이어 마스터스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이 급속한 골프 장비 발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후티 존슨 회장은 "최근 추세처럼 골프 장비 제조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한다면 마스터스에서라도 장비를 제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골프협회나 영국왕립골프협회가 아닌 단일 골프장이 특정 대회를 위해 골프 장비를 제한하는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어 귀추가 주목된다. 존슨 회장이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골프 장비 발달을 코스가 따라갈 수 없기 때문. 최근 '솔리드 코어볼'과 '오버사이즈 티타늄드라이버'로 무장한 선수들의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는 데 반해 코스는 몇 년 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존슨 회장은 2001 마스터스 이후 대대적인 코스 개조 공사를 진행,최근 마무리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체 길이를 2백85야드나 늘린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코스의 전장은 6천9백85야드(챔피언티)였으나 지금은 7천2백70야드로 늘어났다. 코스를 늘림으로써 '장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최신 골프 장비를 조금이나마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였던 것. 사실 지난해 우즈가 18번홀(4백5야드)에서 세컨드샷을 한 거리는 75야드에 불과했다. 간판선수들이 웬만한 파4홀에서 웨지로 세컨드샷을 할 정도면 골프의 묘미는 감소되게 마련. 존슨 회장은 그러나 이같은 코스 변화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실토한다. 더이상 코스를 늘리거나 개조할 수도 없게 된 지경에 이른 것. 존슨 회장은 초청경기인 마스터스의 대회장(長)이기에 장비 규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어떤 규제 조항을 둘지는 미정이다. 마스터스 챔피언들인 아놀드 파머나 잭 니클로스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게 나가는 '표준적인 볼'을 쓰자고 주장한다. 그레그 노먼은 "마스터스에서만 선수들이 공통으로 쓰는 볼을 만들면 된다"고 거든다. 우즈도 "현재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중 나보다 볼을 멀리 날려 보내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며 "젊은 선수들은 최신 장비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대회 최소타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장비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