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봄철 분양 포문(砲門)이 열린다. 이달중에만 전국에서 2만6천여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모델하우스를 열기 전에 청약마감되는 추세인 오피스텔과 한동안 뜸했던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올들어 분양시장에는 눈에 띄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지방에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에선 집 지을 땅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지방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주택수요층이 두텁게 형성되기 시작하자 업체들은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상반기에 분양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5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월드컵축구경기(5월31일~6월30일)->지방자치단체장 선거(6월13일)->여름휴가 및 장마철->추석(9월20~22일)->대통령 선거(12월19일) 등의 일정 때문에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쉽지 않다는 업체들의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다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수가 이달말 1백38만명선에서 내달말에는 2백만명선으로 크게 늘어나 아파트 청약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 스스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의 몇가지 기준을 근거로 판단을 내려보자. 수요와 공급 연간 45만여가구의 주택이 공급돼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국토연구원은 보고 있다. 그렇지만 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인 98년에 30만6천여가구, 99년 40만4천여가구, 2000년 43만3천가구가 착공돼 기본수요를 밑돌고 있다. 아파트 건설기간은 통상 30개월(2년6개월)이기 때문에 98년 공급된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가 시작됐다. 결국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 열풍으로 새 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가 겹쳐 집 값이 뛴 것이다. 산술 계산으로는 내년까지 공급이 부족한 셈이다. 독신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공급부족이 2005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지역 1천5백만평을 택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분당 일산 평촌 등 5개 신도시를 합친 규모이며 약 35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넓이다. 문제는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어서 그 이전의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주택수요를 유발하는 재건축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주택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최근들어 많이 공급됐기 때문에 이 물량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교훈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데는 주택담보대출이 한몫했다. 연간 6% 안팎의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 등을 사두면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너도나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 결과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다. 물론 일본의 40%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그렇지만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가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급증하면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그 다음에는 금리상승과 경기위축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져 가계가 파산하는 사이클을 보였다. 굳이 외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지난 88~90년 3저호황을 타고 집값이 뛰었다가 신도시건설이후 91년을 기점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한 경험을 우리도 갖고 있다. 투자란 결국 리스크를 줄이는 게임이기도 하다.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비중이 높아야 한다면 자금계획을 다시 세워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의 주택정책 주택경기는 정부정책에 탄력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정책은 하루가 멀다하고 수요자중심으로 풀렸다. '단군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주택경기는 정부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언제라도 냉각시킬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 주택중심의 부동산 시장이 계속 좋을 것이란 환상도 버려야 한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