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1테러가 일어난 지 한 달 후에 미국정부는, 테러리스트들이 10kt급 핵폭탄을 뉴욕으로 밀반입하려 한다는 첩보에 따라극소수 관계자들에게만 비밀리에 경보령을 내린 채 수사에 나서는 소동을 벌인바 있다고 3일 시사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타임은 이날 인터넷 판에서 "우리는 또다른 9.11을 멈추게 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에너지부 산하 긴급수색팀 등 극소수의 고위 관리들에게 최고도의 경보령이 발령됐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그러나 뉴욕 시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져들 것을 우려, 이같은 첩보와경보발령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침에 따라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도 이를전혀 몰랐으며 최고위급 FBI 간부들 역시 보고받지 못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당초 미 정보관리들은, `뉴욕 핵폭탄 반입설'을 보고한 암호명 `드래곤 파이어'라는 첩보원의 신뢰성에 대해 불확실하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러시아 미사일기지에서 핵무기들이 분실됐다는 여러 보고들이 있었으며, 특히 러시아의 한 장군이 자신의 부대에서 10kt급 폭탄을 분실했다고 말했다는 보고와 이 첩보의 내용이 일치하자 경보령을 내렸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kt는 핵폭탄의 성능을 재는 단위로 1kt는 TNT 1천t의 파괴력에 해당하는데 10kt급 핵무기가 뉴욕 맨해튼에서 터질 경우 10만 명이 죽고 70만 명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한편 반경 2분의 1마일 이내의 모든 것이 완전 파괴된다. 미 정부는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의 백악관 대(對)대러 안보그룹 주도 하에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으나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으며 결국 `드래곤 파이어'의 첩보가 허위라고 결론지었다. 이같은 사태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9.11테러 이후 보안을 강화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러에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타임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인 카렌 휴지스는 "우리는 지금도 9.11테러 전날이나 바로 그 다음날과 마찬가지로 (테러에)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대테러전문가 및 정부관리들은 9.11 이후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했지만 미국의 행운이 아마도 조만간 수명이 다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타임은 밝혔다. 한 관리는 "상황이 악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우리가 그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임에 따르면 현재 미 국경경비대는 테러리스트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채운유조선을 폭발시켜 주요 미 해안도시들에 대한 파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체경보령을 내린 상태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식품공급 체계의 대량 오염이나 핵무기를 이용한 대도시 공격 등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