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가전제품이 최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내수경기 회복세를 타고 한동안 주춤했던 부유층 소비가 살아나면서 비수기인 1∼2월중 `크고 비싼' 가전제품들이 `폭발적인' 매출신장률을 올리고 있다. 24일 가전업계 영업.마케팅 담당자들에 따르면 대당 1천만원(690만∼1천290만원)을 호가하는 벽걸이(PDP) TV는 작년 9월 출시 이후 월평균 판매량이 500∼600대에그쳤지만 지난달 1천대로 늘어난데 이어 이달에는 1천200대(추정)로 배 이상 증가할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05930]와 LG전자[02610] 외에도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 등 외국산 제품이 국내시장에 밀려들고 있는데다 대우전자[07410]와 아남전자[08700]까지뛰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시장이 크게 늘어난 점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반 브라운관 TV보다 5배 이상 비싼 프로젝션TV도 작년 11월 판매량이 6천여대(국내시장 전체)에 머물렀지만 특소세 인하효과, 디지털위성방송 개시, 월드컵 등의영향으로 지난달에는 1만여대로 60% 이상 늘었다. 이에따라 전체 TV시장에서 PDP, 프로젝션, 완전평면 등 고가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220만대) 30%에서 올해(230만대)는 45%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급 냉장고로 분류되는 양문형냉장고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작년 1월 판매량이 2만대에 그쳤지만 올 1월에는 50%(1만대) 이상 늘어난 3만2천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전체시장도 작년(40만대)보다 37% 늘어난 55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냉장고는 통상 1.4분기가 성수기가 아닌데도 1월부터 큰 폭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들어 제품을 바꾸려는 소비자층이나 신혼부부들을중심으로 `이왕 사는 것인데 큰 것으로 바꾸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세탁기 보다 두배 가량 비싼 파워드럼이나 드럼세탁기 판매도 일반 백화점에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파워드럼은 작년보다 10만대 늘어난 40만대 안팎으로 팔릴 것으로 추정되며 드럼세탁기도 작년 4만대에서 올해는 10만대를 웃도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품 판매열기가 전체적인 내수 가전시장 회복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며 "특히 `가전제품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이 제대로 입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부유층 소비만을 겨냥한 판촉전략으로 소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계층간 위화감이 조장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우려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