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내린다. '죽(竹)의 장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를 영접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총리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닉슨 대통령은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면서 박수로 화답했다. 미국과 공산정권 중국은 그렇게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30년이 흐른 21일.부시 미국 대통령이 같은 공항에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많이 달랐다. 찬바람 불던 서우두공항은 중국을 찾은 관광객들로 분주했고,베이징으로 연결되는 공항로에는 IBM, MS 등 미국기업 광고판이 즐비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미 관계가 30년 전보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당시 중국과 미국에는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敵)이 있었다. 미국은 소련의 확산을 막아야 했고,중국은 소련의 접경지역 침략 음모를 봉쇄해야 했다. 90년대 초 소련이 사라지면서 양국은 공동의 적을 잃었다. 중·미 관계는 정치 이외의 경제 사회적인 문제가 개입되면서 얽히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중국 연구가인 해리 하딩 조지 워싱턴대학 교수는 이를 두고 '패권의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이번 중·미 정상회담은 양국이 아직 '패권의 딜레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과 부시 대통령은 대만 한반도 반(反)테러 경제협력 등의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렸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우호를 과시했음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근저엔 역시 '패권'문제가 있었다. 자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꾸리려는 미국의 뜻에 중국이 쉽게 응해줄리 없다. 미국 패권이 아시아지역에 미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게 중국의 뜻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중·미 관계를 결정지을 역학구도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패권의 딜레마에 빠져 건설적인 관계설정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한반도통일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