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기관이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다른 국내 기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의사결정 과정에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 정관변경 문제는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엘리어트 어소시에이츠측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대해 정면 비판하며 다른 주주들에게도 "주주들의 목소리 내기"를 적극 권하고 있다. 엘리어트측 주장=엘리어트는 20일 "삼성전자 우선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이의제기"라는 성명을 통해 우선주 주주들의 승인없이는 정관 변경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통주 주주의 의결로 이 조항이 삭제될 경우 한국 상법 위반이라는 법률적 검토까지 덧붙였다. 엘리어트측은 "삼성전자가 정기주총을 한달 앞당겨 갖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이는 이 조항 삭제에 반대하는 우선주 주주들의 항의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산업의 선도기업인 삼성전자가 정관 조항의 삭제를 표결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을 희망하며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경영진은 주주의 이익보다 기존 대주주에 의한 경영체제 유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해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의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국제적으로 수용될 만한 경영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어트는 "우선주에 투자하는 경우 정관이 명시하고 있는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권리를 염두에 두기도 한다"면서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우선주 가치를 비례전환 방식에 근거해 추정해 보면 기존 우선주는 34만2천5백원의 보통주 주당 가격의 85%선인 29만1천원에 거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입장=오는 28일 주총에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조항을 예정대로 정관에서 삭제한다는 계획이다. 이날오전 이사회를 열어 우선주 전환 조항 삭제를 의결하고 이어 열리는 주총에서 이를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97년 발행한 지 10년이 경과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을 정관에 만들었지만 97년 이후 우선주가 한 주도 발행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에 머물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삭제키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현재 유통중인 우선주는 정관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발행된 구형 우선주이기 때문에 변경된 정관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망=엘리어트측이 법원에 주총 정관변경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엘리어트의 주장과는 달리 보통주 주주들의 의결으로 정관을 변경해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다. 그러나 엘리어트측도 "법률적 검토를 거쳤다"고 밝힌 만큼 향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엘리어트 입장에서는 보유중인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특수관계인까지 합친 지분률(보통주 기준)이 11.7%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