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의 마찰이 계속되자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이 19일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크리스 패튼 EU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서 온 의원들에게 "EU와 미국이 협력할 때 세계는 더 행복하고 안전한 곳이 된다"며 EU와 미국의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패튼 위원은 "EU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원한다는 점에서미국과 같지만 서방은 우선 후세인 대통령에게 더 효과적인 제재를 엄격히 적용해야한다"고 말해 북한, 이란,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 여전히 '차이'를 드러냈다. 패튼위원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려는 한국의 노력을 계속 지원해야 하며 이란의 정부내 개혁주의자들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공동 외교안보 최고대표도 이날 EU 외교정책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해 "EU와 미국은 가장 가까운 상대자이며 앞으로도 그러하다"면서 "우리의차이점을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라나 대표는 유럽과 미국이 전세계 위협에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우리는 테러와 대량살상 무기 뿐만 아니라 가난과 좌절이 없는 더 안정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연대에 계속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카를 빌트 스웨덴 전 총리는 미국과 유럽이 '선(善)의 축'을 대표하고 있다면서그러나 미국은 '9.11 테러 이후의 분위기'에 여전히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 '악의 축' 발언이 "전세계 모든 현안을 대테러문제로 보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접근"이라고 비난했으며 영국와 독일 장관들과이에 가세했다. 유럽과 미국의 긴밀한 관계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패튼 위원 조차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 멋진 문구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악의 축' 발언은 놀라울 것도 없다"며 혹평한 바 있다. (브뤼셀 AP AF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