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로 촉발된 미국 기업들의 회계분식 문제가 확산되면서 증시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1.6% 오른 9,903.04,S&P500은 0.7% 상승한 1,104.18을 기록하는 등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으나 기업들의 회계문제가 터질 때마다 장이 출렁거리는 등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나스닥은 0.8% 내린 1,805.19를 기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의 회계분식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들은 주가의 근거가 되는 기업들의 이익이 과대포장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론파문의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움츠러든 소비심리도 시장전망을 어둡게 해주고 있다. 미시간대학이 지난 15일 발표한 올 2월 소비자감정지수가 지난해 9·11테러로 급락한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테러사태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이 지수는 올 2월 90.9로 1월(93.0)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다. 이번 분기 매출과 수익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등 그런대로 선전한 델컴퓨터가 "경기가 조만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발표한 지난 15일 4.5% 하락했고 같은날 "IT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매출과 이익을 낮춰 잡는다"고 밝힌 바코드 스캐너업체인 심벌테크놀로지도 하루만에 무려 29% 폭락한 것이 그런 분위기를 반영해 주고 있다. 하지만 1월 도매물가가 예상보다 떨어진 0.1% 상승에 그치는 등 인플레 우려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FRB(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현재의 낮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소 진정되는 듯 하던 회계분식 파문에 다시 불을 지른 것은 뉴욕타임스지.이 신문은 15일자에서 대표적인 우량기업인 IBM도 예외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수익을 높이기위해 광수신기부문을 JDS유니페이스에 넘기면서 회계조작을 했다는 것.IBM측은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회계처리했다고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웠다. 이날 IBM 주식은 주당 102.89달러로 4.6% 하락했다. 지난해 S&P500종목 중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그래픽 칩메이커 느비디아(Nvidia)도 증권관리위원회의 요구로 내부 회계감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57.35달러로 7.7% 급락했다. 한편 인터넷부문에서 올들어 처음 기업을 공개한 페이팰(PayPal)은 상장 당일인 지난 15일 주당 13달러로 시작한 주가가 20.09달러로 무려 54% 치솟는 등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쳐 올해 기업공개시장(IPO)이 활발할 것임을 예고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