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증시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일소하고자 가히 '백서'수준이라고 할만한 대책을 발표했다. 주가조작에 대한 엄정한 단속은 물론 기관투자가 위주의 기업정보 공개에 대한 시정방안,내부자 거래와 분식회계 근절,그리고 사이비 기업가의 '장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각종 게이트가 주가조작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이 강력한 불공정거래 대책을 이제야 내놓은 것은 오히려 때가 늦었다고 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고 감독기능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는 당연한 것이지만 과연 이번 조치로 증시의 불공정거래가 근절될 것인지,의문 또한 없지 않다. 주식 불공정거래가 얼마나 큰 사회악인지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인식이 아직도 미흡하고 늘 있어온 관행 정도로 치부하는 등 도덕적으로도 둔감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을 대대적으로 전환하자면 처벌에 예외를 두지 않아야 하고 수위 또한 강화해야 한다. 주식 불공정거래에 대한 법령을 조만간 정비한다고 하니 이를 계기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는 반드시 처벌되고야 만다'는 선례를 만들어 공정거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증시상황이 나빠지면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진다든지 하는 고무줄식 행정이 더이상 되풀이돼서도 안될 것이다. 그동안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증권에서 넘어온 불공정거래 혐의사실을 수동적으로 조사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증권선물위원회가 강제조사권을 부여받은 것을 계기로 금감원이 능동적으로 기획조사를 벌이고,조사전담조직을 두어 사전적 예방과 조사의 신속성을 추구키로 한 것은 한걸음 진전된 것이자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 차원에서도 기대되는 바가 크다. 다만 한 명의 도적을 잡기 위해 아홉명의 선량한 시장참가자가 범죄혐의자로 취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모든 주식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종합조사업무 전산시스템'이 남용되거나 악용된다면 불공정거래를 없애려다 시장 자체를 죽이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중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오남용을 방지해야 한다. 또 해외증권발행이나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장난'을 근절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구조조정이 위축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수 있는 당국의 세련된 안목과 정교한 접근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